재경일보

美 연준 '금리 인상' 카드 꺼냈다… 물가 3.8% 폭등에 매파로 급선회

정휘 기자
美 연준 '금리 인상' 카드 꺼냈다… 물가 3.8% 폭등에 매파로 급선회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치솟은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는 기존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는 '완화 편향' 문구 삭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차기 의장 취임과 맞물려 미 통화정책 기조가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긴축 강화로 급격히 이동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동결 기조를 깨고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연준 위원 다수의 판단이다. 이는 고유가와 전쟁 여파로 흔들리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법치적 금융 행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 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경우 금리 인상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수렴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기존 정책 결정문에 포함되었던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책 결정문에서 완화적 어조를 지우는 방안은 연준 내 매파적 색채가 짙어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많은 위원은 향후 잠재적인 금리 결정 방향과 관련해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전달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았다. 이는 연준이 더 이상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시 즉각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준 의사록은 "다수 참석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2%를 지속해서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일정 수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기류는 이미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3명은 지난달 금리 동결 결정 과정에서도 완화적 문구 포함에 강력히 반대했다.

연준 내부의 강경 기류는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와 궤를 같이한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여파로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견인하는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서 연준의 정책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시장의 자율적 조정 능력보다는 강력한 통화 정책을 통한 개입이 불가피해진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임시 의장의 퇴임과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은 연준의 매파적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난 15일 공식 임기를 마쳤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은 오는 22일 공식 취임한다. 시장은 워시 의장이 취임 직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더욱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50%로 보고 있다. 내년 3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70%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무게추가 인하에서 인상으로 급격히 기울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물론 백악관의 정치적 압력은 변수로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경기 부양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고려할 때, 3.8%에 달하는 물가 지표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수사보다는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통화 정책 집행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이 연준 내 지배적인 정서다.

향후 미 연준은 물가 지표의 향방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을 조율할 전망이다. 유가 안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연내 금리 인상은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차기 의장의 취임사에서 나타날 정책 정체성에 주목하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야 한다.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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