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공급 정상화 기대감이 시장을 압도했으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해법 모색이 급물살을 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5.66% 하락한 배럴당 98.26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100달러를 하회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장보다 5.63% 떨어진 105.02달러를 기록하며 하락세에 동참했다.
이번 유가 급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협상의 실질적 진전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와 있다고 선언하며 시장의 낙관론을 강하게 자극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최종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여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태도를 유지했다.
이란 정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이란 외무부는 주변국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규약을 마련할 준비가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해당 해협의 봉쇄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며 매도세를 부추겼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하락이 단기적인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실질적인 공급 부족 사태는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유 시장이 장기적인 공급 차질 문제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기적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다시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정학적 합의가 곧바로 물리적인 원유 증산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냉정한 시장 논리를 반영한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켄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봉쇄 상태가 연말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해당 업체는 물류 병목 현상이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선에 육박할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복구는 단순한 외교적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인프라 재가동과 물류 효율성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국내 정치적 목적이나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합의가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세부 이행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언제든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시장 질서의 완전한 회복은 산유국들의 실질적인 증산 이행과 국제법에 근거한 해상 통행권의 영구적 보장이 확립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은 미·이란 간 최종 합의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속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통행 재개 여부와 주요 산유국들의 공급 전략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는 철저히 데이터와 법치에 근거한 시장 흐름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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