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부산 지역 중소기업들의 대중동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7.2%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수출액은 1천254만8천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달성했던 2천929만1천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물류 비용 상승이 지역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 통계시스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 기업들의 중동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3월 2천929만1천달러를 기록했던 수출액이 불과 1년 만에 1천254만8천달러로 주저앉으며 지역 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부상했다. 이는 전쟁 여파로 인한 현지 수요 감소와 물류망 마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지역 강소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전쟁 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실질적인 피해 사례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19일까지 집계된 피해 신고는 총 54건으로, 이 중 운송 차질이 28건을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계약 취소나 보류가 23건, 물류비 증가가 19건으로 뒤를 이으며 수출 전 과정에 걸쳐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선박 확보의 어려움과 더불어 급등한 운임료를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산 지역 관계기관들은 민관 합동 협력 체계를 가동하며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부산중기청은 21일 부산테크노파크 엄궁단지에서 제5차 중소기업 지원협의회를 개최하고 지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번 협의회는 단순한 현황 공유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금융 지원 방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의 자율적 회복을 기다리기에는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 지원협의회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부산지역본부, 기술보증기금 부울경지역본부, 신용보증기금 부산경남영업본부 등 정책 금융의 핵심 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울경지역본부와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도 힘을 보태어 수출 중단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신용보증재단과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역시 지역 기업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맞춤형 지원책을 논의했다.
각 기관은 보유한 보증 및 융자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여 피해 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 줄 방침이다. 특히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원자재 구매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대출 금리 우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마케팅 지원과 물류비 보조금 확대 등도 주요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법치와 시장 질서 확립 속에서 기업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출 급감이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스스로의 힘만으로 시장을 전환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외부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의 효율적인 자금 배분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청일 부산중기청장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지역 중소기업의 원자재 확보와 물류비 증가 등 경영상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청장은 이어 "추경으로 마련된 정책금융과 보증, 소상공인 지원 사업으로 지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현장에서 신속히 집행되어야만 지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추가적인 수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부산중기청은 피해신고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상수가 된 시대에 지역 기업들이 회복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로드맵이 작동해야 한다.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민관의 긴밀한 공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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