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6억 성과급' 합의에 산업계 긴장... 영업이익 연동 요구 도미노 확산 우려

윤근일 기자
삼성전자 '6억 성과급' 합의에 산업계 긴장... 영업이익 연동 요구 도미노 확산 우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며 메모리 사업부 기준 1인당 최대 6억 원의 보상을 확보하다. 이번 합의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으로 번지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보상 요구가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 시각을 앞두고 극적으로 도출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은 국내 산업계의 보상 체계에 새로운 파장을 던지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기로 결정하다. 이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은 연봉 1억 원 기준 세전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 6천만 원을 확보하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결정하여 반도체 업황에 따른 유연한 보상 구조를 확립하다. 재원의 40%를 DS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며,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여 임직원의 소속감을 고취하다. 이러한 파격적인 보상안은 삼성전자가 직면했던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되다.

삼성전자의 보상 규모가 구체화되자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주요 산업군의 노동조합들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본격화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 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다.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 역시 동일한 수준의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공정하게 배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다.

성과급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방산과 전력 기기 업종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는 기존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며 수익에 비례하는 보상을 요구하다. 이는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이 삼성전자를 거쳐 제조 및 중공업 전반으로 번지는 '성과급 치킨게임' 양상을 띠다.

완성차 업계는 지난해 미국 관세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가 거세지는 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조 1,1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지출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5% 감소하는 등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성과급 적용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할 것이라 우려하다.

경영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가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고착화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임을 강조하며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 확산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다.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확산하면 중소 협력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상 경쟁이 결국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지급 여력이 있어 파업을 막기 위해 합의했으나 이는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직원 보상에만 중점이 맞춰지면 향후 신규 투자나 고용 창출은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하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생산성 차이를 무시한 보상 요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다. 최정일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의 협상 결과가 확산할 경우 업종별 수익성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기대 수준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하다. 그는 단순한 임금 인상 경쟁보다는 생산성 혁신과 협력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성과급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익의 10%에서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며 해외 이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특수를 누리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의 보상 격차를 억지로 메우려는 시도를 우려하다.

향후 노동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 위기가 중소 협력업체까지 번지는 연쇄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대기업의 성과급 합의안이 노동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 질서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가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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