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의 대표 관광 시설인 하동 레일바이크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로 70대 여성 탑승객이 사망하면서 경찰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16명의 부상자를 낸 연쇄 추돌 사고에 이어 보름 만에 사망 사고가 재발함에 따라 민간 위탁 운영사의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예상된다. 하동군은 해당 시설에 전면 운행 중단을 통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기계적 결함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에 나설 방침이다.
경남 하동군 레일바이크 전용 철로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의 부상자가 끝내 숨지면서 경찰 수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7일 낮 12시 3분경 하동군 북천면 소재 레일바이크 하행선 구간에서 4인용 레일바이크가 앞서가던 견인 차량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었던 70대 여성 탑승객 A씨는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18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A씨와 함께 탑승했던 지인 3명도 부상을 입어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타 지역에서 하동을 찾은 이들 일행은 양보역에서 출발해 북천역으로 향하던 중 내리막 구간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제동 장치 작동 여부와 운영업체의 안전 거리 유지 지침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불과 보름 전에도 대규모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났던 지점이라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 결함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앞선 탑승객이 소지품을 줍기 위해 급정거하자 뒤따르던 레일바이크 6대와 풍경열차가 잇따라 추돌하여 16명이 경상을 입는 소동이 있었다. 단기간 내에 동일 구간에서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 것은 운영사의 현장 통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경찰청은 하동 레일바이크 위탁 운영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특히 이번 사건이 공중이용시설의 설계나 관리상 결함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시민재해' 요건을 충족하는지 정밀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민간 위탁 운영사 대표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동군은 사고 직후인 지난 18일 운영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레일바이크 노선 전체에 대한 전면 운행 중지를 전격 통보했다. 군은 오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하여 사고 기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선로 구조의 위험성을 정밀 진단할 계획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연이은 사고로 인한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운영 재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해당 시설은 2017년 개장 이후 하동군의 핵심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어 왔으나 2023년부터 민간 위탁 방식으로 전환되어 운영 중이다. 민간 위탁 이후 수익성 제고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 인력 배치나 노후 시설 보수 등 필수적인 안전 투자가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공 시설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 위탁 제도가 오히려 이용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레일바이크의 특성상 탑승객의 조작 미숙이나 돌발 행동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이용객이 안전 거리를 무시하거나 과도한 속도를 낼 경우 물리적인 통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용자의 실수를 상쇄할 수 있는 자동 제동 장치나 안전 요원의 선제적 배치가 운영사의 법적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운영 책임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 안전 요원의 배치 상태와 탑승 전 안전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국과수의 감식 결과를 토대로 제동 장치의 물리적 고장 여부를 확인한 뒤 책임자 소환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위탁 운영업체의 안전 관리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입증될 경우 사법 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동 레일바이크는 북천역에서 양보역 사이 5.3km 구간을 운행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해 왔으나 이번 참사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지자체의 위탁 계약 해지나 시설 폐쇄까지 거론될 수 있는 만큼 관광 행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치와 안전 원칙이 무너진 관광 시설은 더 이상 지역의 자산이 아닌 위험 요소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민간 위탁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 감독 권한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찰의 시민재해 혐의 적용 여부는 향후 유사 관광 시설 운영 모델에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동군은 국과수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운영사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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