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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11조 시대의 명암, 상위 15개 법인이 40% 싹쓸이... 개인은 월드비전·법인은 사랑의열매 선호 뚜렷

이겨례 기자
기부금 11조 시대의 명암, 상위 15개 법인이 40% 싹쓸이... 개인은 월드비전·법인은 사랑의열매 선호 뚜렷
©연합뉴스

 

국내 공익법인의 연간 기부금 수익이 11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상위 15개 대형 법인이 전체 모금액의 38%를 점유하는 자원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개인 기부자들은 월드비전을 가장 선호하는 반면 영리법인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금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종합 분석한 ‘2026년 공익법인 연차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하고 자산 406조 원 규모의 공익 생태계 현황을 공개했다.

국내 공익법인 생태계는 자산 400조 원 시대를 열며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특정 대형 법인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귀속분 공시를 마친 2만 1,318개 공익법인의 총자산 규모는 406조 원이며 연간 수익은 156조 원에 달한다. 특히 전체 기부금 수익 11조 원 중 상위 15개 법인이 4조 원을 거둬들이며 기부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기부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시에 중소 법인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부 주체의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공익법인의 유형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시장의 이분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개인 기부금 부문에서는 월드비전이 1,915억 원을 모금하여 1위를 차지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뒤를 이었다. 반면 영리법인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5,146억 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지켰고 한국혈액암협회와 굿네이버스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는 개인은 아동 구호 등 감성적 호소력이 높은 분야에, 기업은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공적 창구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금된 자산이 실제 수혜자에게 전달되는 분배비용 측면에서도 대형 법인들의 주도적 역할이 관찰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장학금과 지원금 등으로 7,896억 원을 집행하며 분배비용 부문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3,680억 원,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3,565억 원을 분배하며 복지 전달 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했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대형 법인들의 집행 역량은 공익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보유 자산이 1,000억 원을 넘어서는 고액 자산 공익법인들의 영향력은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좌우할 만큼 강력하다. 이들 473개 법인이 보유한 자산 총액은 317조 원으로 국내 전체 공익법인 자산의 78%를 독점하고 있다. 고액 자산 법인의 1개당 평균 기부금 수령액은 137억 원으로 전체 평균인 8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산의 집중은 공익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지만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대기업 집단이 운영하는 공익법인들은 주로 학술과 장학 사업에 집중하며 그룹의 사회공헌 철학을 투영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31개 법인의 총자산은 31조 9,000억 원이며 이 중 학술·장학 법인이 82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별로는 SK가 25개로 가장 많은 법인을 운영 중이며 삼성과 HD현대가 각각 13개와 11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법인은 수익 9조 4,000억 원을 기록한 반면 비용으로 9조 5,000억 원을 지출하여 적극적인 공익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기업 재단이 보유한 주식 자산의 구성은 해당 그룹과의 긴밀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문화재단은 1조 7,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정몽구재단과 LG연암학원도 각각 수천억 원대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재단이 보유한 주식의 100%가 특수관계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익 법인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라는 본연의 목적 외에도 지배구조의 안정적 유지에 기여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법인으로의 기부금 쏠림 현상이 중소 공익법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기부 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법인이 기부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지역 밀착형 사업이나 특수 분야를 담당하는 소규모 단체들은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부의 효율성과 별개로 사회적 필요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배분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공익법인의 운영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보고서가 공익법인에는 스스로 운영 성과를 점검할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의 이해를 도와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향후 공익법인들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한다면 기부 문화는 더욱 투명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앞으로 공익법인 시장은 대형화와 전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데이터 기반의 투명성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부자들은 단순히 법인의 명성만을 쫓기보다 실제 분배비용의 비중과 사업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 기부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공익법인의 공익성 검증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집단 법인의 주식 보유 현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법치와 시장 질서에 부합하는 공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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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11조 시대의 명암, 상위 15개 법인이 40% 싹쓸이... 개인은 월드비전·법인은 사랑의열매 선호 뚜렷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