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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단체, 스타벅스 '탱크 데이' 정면 비판하며 정용진 회장 사퇴 요구

이성경 기자
국가폭력 피해단체, 스타벅스 '탱크 데이' 정면 비판하며 정용진 회장 사퇴 요구
©연합뉴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과거 군사정권의 폭력을 연상시키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경영진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태의 근본적 책임자임을 지목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경영 일선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사회적 역사성과 충돌하며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양상이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이 스타벅스 코리아가 기획한 특정 프로모션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5공 피해자단체 연합회와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프로모션이 단순한 실무적 착오를 넘어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추진한 '탱크 데이' 프로모션은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의 비극적 사건들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거센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피해 단체들은 탱크라는 상징물이 한국 현대사에서 시민을 억압했던 군사력을 상징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의 역사 의식 부재를 질타했다.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이러한 민감한 요소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시장 질서와 사회적 윤리를 저해하는 처사라고 규정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현장에서 스타벅스 측의 해명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스타벅스는 '탱크 데이'를 젊은 실무자가 벌인 우발적 사고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40년 전 전두환 군사정권의 해명과 똑 닮았다"며 사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정 회장에게 있으며 정 회장은 경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덧붙였다.

경영진의 위기 관리 능력과 책임 회피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용만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위원회 이사는 정용진 회장이 사태 수습 과정에서 보인 행보가 기업가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정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카메라나 피해자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대면 사과 없는 서면 발표의 진정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정 회장이 직접 피해자들 앞에 서서 사과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본 행사에 앞서 박종철 열사를 포함한 국가 폭력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묵념을 마친 참가자들은 "그깟 커피가 뭐라고, 선량한 시민 죽음 조롱하는 스타벅스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스타벅스 사태 책임지고 정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반복하며 신세계그룹 전반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수단으로 불매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사진 위에 신세계그룹 계열사 로고를 배치하고 그 위에 '불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를 통해 항의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넘어 그룹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케팅 부서의 기획안이 최종 승인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파장이나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이번 프로모션이 실무진의 판단 착오에 의한 우발적 사고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성이 없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교육과 검토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그러나 피해 단체들은 이러한 답변이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며 최고 경영자의 직접적인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향후 이번 논란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소비자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시작함에 따라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업이 이윤 추구 과정에서 간과한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감수성이 경영권 안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치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은 자율적인 경영 활동의 권리를 갖지만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 역시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대기업 총수의 리더십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이 제시할 향후 수습책이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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