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국내외 겹호재에 힘입어 8% 넘게 급등하며 7,8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협상 타결 임박 시사와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낸 결과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6.64포인트(8.42%) 오른 7,815.5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대망의 8,000포인트 고지를 눈앞에 두고 발생했던 극심한 변동성을 극복하며 기록적인 반등세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06.64포인트 급등한 7,815.59로 거래를 마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3.85% 상승한 7,486.37로 출발한 지수는 장 중 내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강한 매수세를 증명했다.
미국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소식이 글로벌 증시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되살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간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진입했다고 언급하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매체 알하다스 등 외신들도 최종 합의안 도출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으며 종전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반 하락하며 성장주에 가해졌던 압박이 크게 해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현지시간 20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5.63% 급락한 배럴당 105.02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WTI 선물 역시 5.66% 떨어진 98.26달러를 기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 등 수급 요인으로 올랐던 미국 국채금리는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자 장단기 금리 모두 10bp 내외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강력한 상승 랠리를 펼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5% 급등한 가운데 인공지능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12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러한 해외 증시의 온기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다.
국내 증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총파업 리스크가 노사 간 임금협상 잠정 합의로 해소된 점도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 노사는 간밤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생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8,000포인트 터치 이후 시작된 조정 국면이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폭발적인 매수세 유입으로 인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는 나란히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전 9시 24분 유가증권시장에 이어 9시 27분 코스닥 시장에서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전장보다 49.90포인트(4.73%) 오른 1,105.97로 마감하며 시장 전반에 걸친 강세장을 연출했다.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기관 투자가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며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8,846억원을 순매수했으며, 특히 금융투자와 투신이 각각 2조 6,039억원과 3,513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지난 10거래일간 40조원을 순매수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11거래일 만에 2조 6,386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현저히 약화되면서 수급 구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이날 2,418억원을 순매도하며 11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일평균 4조 4,000억원에 달했던 이전 매도 규모와 비교하면 급격히 축소된 수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은 장 초반 8,500억원 순매도에서 오후 한때 순매수로 전환하기도 했다"며 비차익 프로그램을 통한 유의미한 유입을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지수 목표치를 공격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10,000에서 11,000선으로 높여 잡았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도 각각 59만원과 40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와 글로벌 AI 산업의 확장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환율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스피는 최근 며칠간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수백 포인트에 달하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며 투자자들의 피로감을 높여왔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가 전장보다 0.04% 오른 71.33을 기록하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06.1원 선에 머물러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증권가는 당분간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지속되겠으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우상향 기조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채금리의 향방과 이란 협상의 최종 타결 여부가 향후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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