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이 4,712만 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같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19.1%로 선두를 지켰으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비한 제조사들의 선제적 재고 확보가 시장 전체의 출하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TV 시장의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4,712만 대를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최신 분석 결과로, 통상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물량 증대가 확인된 수치다. 다만 이러한 성장은 순수한 소비자 수요 회복보다는 제조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제조사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선제적인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의 보상판매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가전 수요는 정체된 상태이나, 기업들은 향후 발생할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하 시점을 앞당겼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 질서 내에서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제조사들의 합리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900만 대를 출하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9.1%를 기록해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출하량이 4%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브랜드 지배력을 입증한 성과다. 삼성은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며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중국 가전 기업 TCL의 급격한 추격세는 한국 가전 산업에 실질적인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TCL은 작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768만 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16.3%를 기록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한 자릿수대로 좁혔다. 이들은 북미와 신흥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더불어 미니 LED TV 등 고부가가치 대형 제품의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 하이센스 역시 710만 대를 출하하며 15.1%의 점유율로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중국계 자본의 공세가 거세다. LG전자의 경우 570만 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12.1%로 4위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출하량은 5.6%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저가 및 물량 전략에 밀려 순위 경쟁에서 고전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TV 시장의 구조는 비용 절감을 위해 65인치를 넘는 중대형 모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중소형 TV 생산에 주력하던 일부 브랜드들은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고수익 대형 제품군으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고부가가치 모델에 집중 배치하여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경제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출하량 증가가 실제 소비 수요와 괴리된 '허수'일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사들이 재고를 선제적으로 밀어낸 결과는 향후 재고 자산 관리의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자정 작용보다는 외부 변수에 의한 인위적인 물량 조절이 일시적인 지표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소형 TV에 주력하던 일부 브랜드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65인치를 넘는 중대형 모델로 점차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조 원가 상승이라는 대외적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 전반이 취하고 있는 공통된 생존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환이 제품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시장 내 경쟁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간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총 1억 9,420만 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의 깜짝 실적이 연간 성장세로 이어지기에는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과 가계 소비 위축의 골이 여전히 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일시적인 물량 증대에 안주하기보다 향후 예상되는 수요 절벽과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해 보다 정밀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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