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52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민주콩고, 에볼라 확산에 국내 출정식 전격 취소

이겨례 기자
52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민주콩고, 에볼라 확산에 국내 출정식 전격 취소
©연합뉴스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복귀한 콩고민주공화국 축구 대표팀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인해 국내 훈련 캠프와 출정식을 전격 취소했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 접경 지역에서 에볼라 감염으로 139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다. 대표팀은 국내 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유럽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국외 일정에 돌입하며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축구협회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세에 대응하여 수도 킨샤사에서 예정되었던 사흘간의 소집 훈련과 팬들을 위한 월드컵 출정 행사를 모두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적 경사인 52년 만의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자리보다 선수와 관계자들의 생명 보호가 시급하다는 보건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자메이카를 꺾고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콩고민주공화국은 현재 국가적 보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발생한 악재에 축구협회는 방역 우선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과 인접국 우간다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국제적 우려를 낳고 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139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감염자 수는 6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어 방역 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표팀 대변인은 21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부 지역의 에볼라 발생 상황이 엄중하여 수도 킨샤사에서 예정됐던 대표팀 훈련 캠프와 팬들을 위한 모든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바이러스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선제적 방역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대표팀은 국내에서 작별 인사를 마친 뒤 6월 3일 벨기에 리에주에서 덴마크와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이후 6월 9일 스페인 남부에서 칠레와 최종 점검을 마친 뒤 6월 11일 본선 격전지인 미국 휴스턴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설정해 두었다. 국내 일정이 취소됨에 따라 대표팀은 해외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럽 현지에서 곧바로 소집되어 전술 훈련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번 일정 변경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바이러스 노출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콩고민주공화국 축구협회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FIFA는 성명을 통해 "대표팀이 국제 보건 기구의 의료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 감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 당국 역시 대표팀 선수 대다수가 지난 몇 주 동안 유럽에서 활동해온 점을 고려하여 입국 제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선수단이 에볼라 위험 지역에 체류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내린 합리적 판단이다.

세바스티앵 드사브르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구성원 대다수는 프랑스 등 유럽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어 현재 에볼라 감염 위험권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는 상태다. 이들은 국내를 거치지 않고 유럽 훈련 캠프로 직접 합류함으로써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훈련의 연속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선수단의 안전 확보는 52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드사브르 감독은 유럽 현지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며 본선 조별리그를 대비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력 보강을 위한 최종 엔트리 조정 과정에서 부상 변수도 발생하여 수비진 구성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최근 소속팀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센터백 로키 부시리를 대신하여 수비형 미드필더 아론 치볼라가 대체 발탁되어 팀의 중심을 잡게 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본선 조별리그 K조에서 포르투갈, 우즈베키스탄, 콜롬비아라는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가용한 전력을 총동원하여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부시리의 이탈은 아쉬운 대목이나 치볼라의 합류로 중원에서의 압박과 수비 가담 능력이 보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자국 팬들과의 소통 기회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국가적 사기 진작 측면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반세기 만에 찾아온 역사적 사건인 만큼 철저한 방역 하에 제한적인 행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에볼라의 높은 치명률을 고려할 때 어떠한 형태의 군중 밀집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고히 하고 있다. 결국 축구협회는 감성적인 축제보다 이성적인 방역과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시장 질서와 효율성 중심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번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아프리카 축구의 저력을 다시금 증명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에서 치러질 덴마크 및 칠레와의 평가전 결과는 52년 만의 복귀전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선수단 관리와 정교한 전략 수립이 병행된다면 에볼라 악재 속에서도 본선 조별리그 통과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계의 시선이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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