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원, '계엄 위증'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실형 선고... 정치 관여 혐의는 무죄

이겨례 기자
법원, '계엄 위증'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실형 선고... 정치 관여 혐의는 무죄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 12·3 비상계엄 당시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혐의였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와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사법 체계를 기만한 위증죄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 정보기관 수장이 헌법 기관을 상대로 거짓 증언을 한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며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했던 징역 7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 중 위증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선고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조 전 원장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결정적 증거는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그의 허위 진술이었다. 그는 계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영상 증거를 토대로 그가 문건을 직접 수령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 불과 2개월여 만에 해당 기억을 상실했다는 조 전 원장의 주장을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위증의 고의성을 확정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 검찰이 주력했던 정치적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정치인 체포 상황을 보고했을 당시, 그 주체를 특정 사령부로 명시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보았다. 조 전 원장이 이를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로 명확히 인식하여 국회에 보고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비상계엄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인 체포 관련 첩보를 조 전 원장이 단순한 풍문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핵심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국정원법이 규정한 국회 보고 의무가 즉각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작년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행위 역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었다.

국정원 내부 CCTV 영상을 특정 정당 측에만 선별적으로 제공한 행위 역시 정치 관여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왔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을 조성할 의도로 영상을 제공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보기관의 행정적 조치가 정치적 편향성을 띠었다는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엄격한 증거주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부인과 관련된 기자회견 및 메시지 발송 행위는 조직 안정화를 위한 정당한 해명 활동으로 인정받았다. 법원은 조 전 원장이 국정원 수장으로서 조직에 쏠린 의혹을 해소하고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비화폰 정보 삭제 혐의 또한 증거 인멸이 아닌 통상적인 보안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 양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별검사팀은 조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며 그의 행위가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특검 측은 정보기관 수장이 고의로 진실을 은폐하여 국정 조사를 방해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법원은 법리적 엄밀성을 기하여 일부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 권력기관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잣대가 정치적 논리보다 법치주의적 원칙에 집중되었음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국가 고위 공직자로서 조 전 원장이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법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류경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탄핵 사건에서 위증하여 헌재의 심리 및 판단을 방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과 관련한 논란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일부 있었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원장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판결 결과에 대해 부분적인 만족과 유감을 동시에 표명하며 즉각적인 항소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정치인 체포에 관여했다는 오해가 1심 재판부를 통해 배척된 점은 다행이나, 선고된 실형량은 피고인의 가담 정도에 비해 과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 역시 무죄 부분에 대한 판결문을 정밀 분석한 뒤 상급심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항소할 방침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비상계엄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법리적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와 공직자의 증언 책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재확인되면서 공직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향후 상급심에서 정치 관여 혐의에 대한 법리적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최종 확정 판결까지 사회적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계엄#위증#조태용#국정원장에
법원, '계엄 위증'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실형 선고... 정치 관여 혐의는 무죄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