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6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고, 가격 조정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연장한다. 휘발유와 경유의 상한선은 각각 리터당 1,934원과 1,923원으로 유지되며, 이는 국제유가 인상 압력보다 민생 경제의 부담 완화를 우선한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0시부터 적용되는 6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확정하고 이를 시장에 공고했다. 정유사 공급가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으로 지난 2차 조정 이후 4회 연속 같은 가격을 유지하게 됐다. 이는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누적 인상 요인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서민 경제의 가중되는 물가 압박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시장 질서의 급격한 왜곡을 방지하면서도 민생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번 동결안을 채택했다.
현재 국내 유가는 국제 시장의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적으로 억제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의 정밀 분석에 따르면 휘발유는 약 200원대 중후반, 경유와 등유는 각각 300원대와 400원대 중반의 인상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유소 판매 가격이 여전히 리터당 2,000원대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공급 가격 통제를 지속하기로 했다. 원가 상승분을 즉각 반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연쇄 상승 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가격 고시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린 것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중동 정세가 장기적인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주 단위의 잦은 가격 변동 고시는 주유소 운영자들의 재고 확보 시점에 혼란을 주고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조정 주기 확대를 통해 유통 시장의 불필요한 눈치싸움을 줄이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쟁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황이 일종의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의 탄력적 운용 방침을 시사했다. 양 실장은 "주유소 사업자의 재고 관리와 일반 국민의 생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 조정 주기를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단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변할 경우 4주 주기와 무관하게 즉각적으로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 두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역시 오는 7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여 유가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이중 방어막을 구축했다. 인하 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로 현행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의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핵심 기제로 활용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6개월간의 제도 유지를 전제로 4조 2,000억 원 규모의 목적 예비비를 편성하여 투입 중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비비 조기 소진 우려에 대해 당국은 향후 두 달 정도의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정산 절차는 오는 7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2분기 회계 마감 시점을 고려하여 6월 말까지를 1차 정산 기준 기간으로 설정할 방침이다. 현재 정산 업무를 전담할 정산위원회가 구성 단계에 있으며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손실 보전 기준을 마련하여 고시할 예정이다. 이는 민간 기업의 손실을 공적 자금으로 보전함으로써 시장 경제의 영속성을 유지하려는 법치적 절차의 일환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상 요인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가격 통제가 추후 시장에 더 큰 가격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예비비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장 가격 결정 구조에 정부가 장기간 개입함에 따라 정유업계의 자율적인 경영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잠재적 위험 요인은 향후 정책 운용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대목이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종료 시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뚜렷한 안정기에 진입해야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이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제도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분간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은 민생 보호를 명분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가격 동결 기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 변동성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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