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원, '내란선전' 이은우 전 KTV 원장 영장 기각…특검 82일 만의 첫 신병확보 실패

음영태 기자
법원, '내란선전' 이은우 전 KTV 원장 영장 기각…특검 82일 만의 첫 신병확보 실패
©연합뉴스

 

법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의 정당성을 홍보한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특검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출범 82일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신병 확보가 무산됨에 따라, 오는 24일 1차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특검팀의 수사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혐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적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명시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특검팀이 내세운 '내란선전' 혐의의 법리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내란선전죄의 성립 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건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 전 원장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열흘간 KTV를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그가 계엄 포고령을 찬양하는 뉴스를 반복 송출하는 한편, 계엄에 비판적인 보도는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삭제하여 내란 행위를 방조하고 선전했다고 보았다. 특히 계엄 해제 이후에도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종합특검 출범 이후 82일 만에 단행된 이번 신병 확보 시도는 특검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법원이 혐의 자체에 대한 다툼의 여지를 인정하면서, 특검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법리 적용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검팀은 법으로 정해진 최대 150일의 수사 기간 중 절반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피의자도 구속하거나 기소하지 못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영장 청구가 사실상 '이중 기소'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방송 자막 삭제 지시와 관련해 이 전 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겼으며, 해당 사건은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동일한 행위 궤적에 있는 사건에 대해 내란선전이라는 중형의 혐의를 추가로 씌워 구속을 시도하는 것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권영빈 특검보는 심문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앞서 기소된 직권남용 사건과는 행위의 양태나 사실관계 면에서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중 기소라는 주장은 법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으나, 법원은 결국 특검의 논리보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권 특검 역시 내부 담화를 통해 수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한계를 토로하며 부정적 여론에 대응했다.

이번 기각 결정은 향후 예정된 다른 주요 인물들에 대한 영장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전 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 이튿날,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대기 전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이들의 심사 결과마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특검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하고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의 자유와 국가 형벌권 사이의 균형 문제도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내란특검팀은 과거 수사 당시 이 전 원장의 행위가 부적절했으나, 이를 내란선전으로 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법치주의 원칙상 명확한 증거 없이 국가 기관의 보도 방향 설정을 내란죄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시장 질서와 민주적 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 보수적 법조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특검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보완 수사를 거쳐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차 수사 기한이 불과 사흘 남은 시점에서 대대적인 반전 카드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는 수사 기관이 객관적 팩트보다 정치적 정당성이나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무리한 영장을 청구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사법적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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