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코닉테라퓨틱스와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췌장암과 방광암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임상 데이터를 대거 공개한다. 온코닉은 췌장암 병용 투여에서 92.3%의 질병 통제율을 확보했으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 항암제 단독 요법으로 완전관해를 유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기술 수출 및 상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 참가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비롯해 지아이이노베이션, HLB, 루닛, 디엑스앤브이엑스 등이 이번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각 기업은 췌장암, 신장암, 담관암 등 항암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확보하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할 계획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이중 표적 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네수파립의 전이성 및 진행성 췌장암 임상 1b상 결과 초록을 학술대회 직전에 공개했다. 췌장암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치료 임상 분석 결과, 네수파립은 표준 치료제와의 병용 투여 시 압도적인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용 투여군은 객관적 반응률(ORR) 53.8%와 질병 통제율(DCR) 92.3%를 기록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임상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지점은 표적 병변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 사례가 1명 보고되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 반응률은 항암 치료 후 종양이 정해진 기준 이상으로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는 신약의 초기 효능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온코닉 측은 네수파립이 난치성 암으로 분류되는 전이성 췌장암 분야에서 병용 항암제로서의 우수한 치료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의 단계별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1b상 결과는 약물의 적정 용량과 투여 횟수에 따른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통상적으로 임상 1a상은 적은 양의 약물을 1회 투여하여 안전성을 확인하는 반면, 1b상은 투여 횟수를 늘려 낮은 용량부터 다시 투여하며 최적의 치료 조건을 탐색한다. 온코닉은 작년까지 수집된 자료를 정밀 분석하여 네수파립의 높은 항종양 효과를 데이터로 뒷받침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 항암제 GI-101A의 단독 요법 및 키트루다 병용 임상 1상 결과를 통해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번 발표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가 직접 맡아 임상 데이터의 객관성과 학술적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GI-101A는 기존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불응성 방광암 환자에게서 완전관해를 유도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했다.
총 48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GI-101A와 키트루다의 병용 요법은 신장암, 요로상피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항암 활성을 나타냈다. 특히 신장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객관적 반응률 40%와 질병 통제율 70%라는 안정적인 지표를 기록하며 치료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는 기존 치료제에 불응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HLB는 이번 학회에서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결정을 앞둔 간암 및 담관암 치료 후보물질의 연구 성과를 전 세계 전문가들과 공유한다. 구체적으로는 담관암 2차 치료 후보물질인 리라푸그라티닙의 FGFR2 융합 및 재배열 임상 2상 연구 디자인과 현재 진행 현황이 상세히 발표될 예정이다. HLB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둔 만큼 이번 ASCO를 통해 신약의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파트너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루닛은 자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결과 5편을 공개하며 정밀 의료 분야의 기술력을 과시한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역시 차세대 면역 항암제 OVM-200의 임상 1b상 용량 확장 결과를 발표하며 임상 단계의 진척 상황을 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발표는 인공지능 기술과 전통적인 신약 개발 역량이 결합하여 항암 치료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최근의 산업 추세를 반영한다.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중심의 성과를 도출하며 글로벌 임상 표준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췄다고 분석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ASCO에서 발표되는 임상 수치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나 공동 연구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잣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임상 초기 단계에서 확인된 결과가 최종 시판 허가와 상업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나 통계적 유의성 확보 실패 등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은 초기 임상 데이터의 수치에만 매몰되기보다 최종 상업화까지의 파이프라인 안정성과 자금 조달 능력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향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ASCO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후속 임상 시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FDA 승인 결과가 임박한 기업들의 경우 이번 학회 성과가 기업 가치 재평가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보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질서와 법치 중심의 신약 개발 프로세스가 정착됨에 따라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은 과거보다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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