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이 22.3%로 급락하며 최근 6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학 미적분 응시생 비중 역시 29.9%를 기록해 처음으로 30% 선이 무너지며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선호 현상과 대조되는 '기초 학문 기피'가 심화하고 있다. 입시업계는 대학의 필수 응시 과목 해제와 학습 부담 경감 추세가 이 같은 공급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생 10명 중 2명만이 과학탐구를 선택하며 이과 과목 기피 현상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월 학평을 치른 고3 학생 31만여 명 중 탐구 영역에서 과학을 선택한 인원은 전체의 22.3%에 불과하다. 이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 육성을 강조하는 국가적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로 교육 현장의 심각한 왜곡을 드러낸다.
과학탐구 선택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수험생들의 학습 편의주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2021년 44.8%였던 과탐 선택률은 2023년 47.9%까지 상승하며 이공계 열풍을 반영하는 듯했으나 이후 2024년 44.1%, 2025년 33.4%로 급락했다. 수험생들이 학습량이 방대하고 등급 확보가 어려운 과학 대신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기 쉬운 사회탐구로 대거 이동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학 영역에서도 고난도 과목으로 분류되는 미적분과 기하의 응시율이 동반 하락하며 이공계 기초 학력 저하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32.2%로 이 역시 최근 6년 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과생들의 필수 과목으로 여겨졌던 미적분 응시율은 29.9%를 기록하며 2021년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30% 벽이 허물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주요 대학들의 자연계열 입시 전형 변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에는 이공계 학과 진학을 위해 과학탐구와 미적분이 필수였으나 최근 많은 대학이 응시 과목 제한을 폐지하면서 사회탐구를 보고도 공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입시 전략상 위험 부담이 크고 학습 효율이 낮은 어려운 과목을 굳이 선택할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교육계는 오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면 이과 과목 기피 현상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학에서 심화 미적분과 기하가 배제되고 과학도 고1 수준의 통합과학으로 출제 범위가 대폭 축소된다. 변별력 확보를 위한 심화 학습 기회가 사라지면서 대학 입학 후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초 역량 미달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문·이과 통합 교육이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며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특정 과목에 매몰되지 않는 폭넓은 지식 습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적합한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기초 과학 기술 분야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산업계의 인력 수요와 교육 현장의 공급 체계가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주목받고 이공계 인재를 선호하는 현재 상황과는 대조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미 수학과 과학 기피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2027학년도와 2028학년도 입시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학 입시 제도와 연계된 기초 학문 보호 대책을 수립하여 이공계 인재 공급망의 붕괴를 막아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평가 방식을 간소화하여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들이 어려운 과학과 수학에 도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시장의 효율성 논리에만 맡겨진 입시 구조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지 않도록 정책적 결단과 교육 과정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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