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유가증권시장의 숨 고르기와 코스닥 시장의 폭발적 급등세로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12거래일 연속 매도 공세에 밀려 7,85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반면, 코스닥은 국민성장펀드 출시 기대감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5% 가까이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이 전날의 급등세를 뒤로하고 강보합권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며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57.53포인트 오른 7,873.12로 출발했으나, 장중 두 차례 하락 전환하며 한때 7,780.13까지 밀리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오전 11시 5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35.65포인트(0.46%) 상승한 7,851.24를 기록하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한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가증권시장 이탈 현상이 12거래일째 지속되며 지수 상단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1조 4,000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매도 우위 기조를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매수세로 돌아서며 1조 원가량을 사들였고, 기관 역시 3,700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전개된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가 현물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날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수를 주도하자 금융투자업계가 기계적으로 현물을 사들여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장 마감 후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을 자산운용사에 넘기며 순매도로 반전함에 따라 금융투자자의 포지션이 꼬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꼬인 포지션은 향후 코스피 시장에 추가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외국인 움직임에 맞춰 현물을 대거 사들였던 기관들이 포지션 정리를 위해 주식을 다시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50억 원, 2,5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정체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이틀 연속 폭등세를 연출하며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22% 오른 1,119.43으로 개장한 뒤 상승 폭을 확대해 현재 54.29포인트(4.91%) 급등한 1,160.26을 나타내고 있다. 급격한 지수 상승으로 인해 오전 9시 33분경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코스닥의 이례적인 급등 배경에는 이날부터 판매를 개시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는 첨단기술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며, 벤처 및 코스닥 상장사가 주요 수혜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비중이 높지만 적자인 기업, 대주주 지분이 높은 IT 및 바이오 기업들이 정책 자금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별로는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전날보다 2%가량 하락한 29만 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11.92%)과 에코프로(12.79%)는 이차전지 업황 회복 기대감과 펀드 자금 유입 가능성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대외 경제 여건은 미묘한 지정학적 변화와 국제 유가 하락이 맞물리며 복합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소폭 상승 마감했으나,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로 인해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국제유가는 이란 협상 기대감에 브렌트유가 2.32%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의 비용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단기 급등이 펀드 출시라는 이벤트에 기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정책 자금 유입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크고, 실제 자금 집행 과정에서의 시차를 고려할 때 현재의 폭등세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의 12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한 코스피 시장의 추세적 반등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향후 증시는 삼성전자 노조의 투표 결과와 국민성장펀드의 실제 판매 실적에 따라 변동성을 확대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제약, 바이오, 로봇,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군 내에서 정책 수혜를 입을 실질적인 종목 찾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선물 포지션 변화와 기관의 현물 매도 전환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며 보수적인 대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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