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소관 부처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관받은 후 첫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며 정책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행보는 생협법 개정에 따른 행정 체계 정비와 더불어 지역경제 및 의료·돌봄 분야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발전계획' 수립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서울에서 한살림연합회와 의료생협연합회 등 5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들과 만나 제도 개선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주무 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기부로 변경된 이후 마련된 첫 번째 공식 소통 창구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생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적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생협의 관리 체계가 중기부로 넘어온 것은 단순한 부처 간 업무 이관을 넘어 생협을 규제의 대상에서 육성의 대상으로 바라보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반영이다. 과거 공정위 체제에서는 시장 질서 교란 방지와 소비자 보호라는 감독 기능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제는 중기부의 지원 역량을 바탕으로 한 산업적 성장이 기대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 경제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보수적 시장 효율화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역경제와 의료 및 돌봄, 대학생활복지 등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생협들은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전달하며 규제 혁파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들은 특히 현행 제도가 생협의 특수한 운영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성장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기부는 이러한 건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여 생협의 특수성과 현장 여건이 조화된 맞춤형 정책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구체적인 지원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했다. 생협의 자생력 강화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법적·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여 민간 주도의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는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중기부의 행정 원칙을 생협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간담회 현장에서 생협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은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온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생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의 성장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중기부가 보유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를 생협 조직에 이식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기부는 생협의 사업 지원 방식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기존의 백화점식 지원에서 벗어나 의료생협이나 대학생협 등 각 유형별로 차별화된 육성책을 마련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생협이 지역 사회 내에서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무 부처 변경에 따른 행정적 과도기와 기존 공정위의 관리 감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생협이 가진 공익적 가치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이 중기부의 산업 육성 논리에 매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육성과 감독의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만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기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생협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 나갈 계획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지역 공동체의 핵심 축으로서 기능하면서도 경제적 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발전계획의 최종 목표다. 정부는 불필요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생협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행정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립될 발전계획에는 생협의 디지털 전환 지원과 판로 확대 등 현대화된 경영 기법 도입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생협 모델에 중기부의 혁신 역량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경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보수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적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기부의 행보는 생협을 우리 경제의 엄연한 한 축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육성 궤도에 올리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생협법 개정이 가져올 시장의 변화와 중기부의 정책 역량이 결합하여 어떤 성과를 낼지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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