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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17원 돌파하며 연고점 육박... 당국 "과도한 쏠림에 단호히 대응"

윤근일 기자
원/달러 환율 1,517원 돌파하며 연고점 육박... 당국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엔화 약세와 국제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1,517원선을 넘어서며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장중 한때 1,520원선을 위협받던 원화 가치는 당국의 경고 메시지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하루 만에 11.1원 급등한 1,517.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일 기록한 1,51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장중에는 1,519.4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인 1,52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엔화의 동반 약세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에 대응해 주간 거래 마감 직전 구두개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있다고 진단하며 시장의 경계심을 촉구했다. 당국 관계자는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중동 지역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한 점이 환율 상승을 강하게 부추겼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무기급에 가까운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금지를 지시했다는 소식은 시장의 합의 기대감을 단숨에 꺾어놓았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서 전장 대비 1.84% 상승한 배럴당 98.11달러를 기록하며 원화 약세를 가속화했다.

일본의 추가경정예산 검토 소식으로 인한 엔화 약세 역시 원화 가치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일본 정부가 중동 정세 장기화에 대비한 대규모 재정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070엔까지 밀려나는 약세를 보였다. 원화는 엔화와 높은 동조화를 보이는 특성상 엔화 가치 하락과 맞물려 동반 약세를 나타냈으며,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3.76원으로 전날보다 6.80원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간 점도 달러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 9,023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전날의 매도 규모인 2,212억 원을 크게 상회했다. 국내 주식을 처분한 자금을 달러로 바꾸려는 역송금 환전 수요가 장 후반까지 몰리면서 환율 상승의 결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자체의 결함보다는 외부 수급 요인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현재의 변동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환전 수요와 국제 유가 상승, 엔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 내 달러화 수요를 비정상적으로 높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원화 자체의 뚜렷한 악재보다는 글로벌 달러 수급 불균형 탓에 환율이 과하게 움직인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 마감한 점을 들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 선호 심리가 완전히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2.12포인트 오른 7,847.71을, 코스닥은 55.16포인트 급등한 1,161.13을 기록하며 환율 급등세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환율 상승이 국내 실물 경제의 급격한 위기보다는 대외 변수에 의한 기술적 수급 불균형에 기인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향후 외환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전개 상황과 일본 금융당국의 통화 정책 방향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전망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9.247까지 오르며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실개입 여부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저지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환율 1,520원선 돌파 여부와 외국인의 순매도 지속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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