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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출현에 부산 엄궁·대저대교 공사 중단, 낙동강 SOC 사업 차질 불가피

이겨례 기자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출현에 부산 엄궁·대저대교 공사 중단, 낙동강 SOC 사업 차질 불가피
©연합뉴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대모잠자리가 부산 엄궁·대저대교 건설 현장 인근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당 구간의 공사가 전격 중단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생태계 훼손 우려에 따라 부산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으며, 시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낙동강 하구를 잇는 핵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행정적 제동에 걸렸다.

낙동강 하구의 생태적 가치와 도시 기반 시설 확충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부산 강서구와 사상구를 잇는 주요 교량 건설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엄궁대교와 대저대교 공사장 인근에서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 성체가 확인됨에 따라 부산시에 즉각적인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이는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가 확인될 경우 사업 시행자가 적절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환경영향평가법 및 관련 규정에 근거한 조치다. 부산시는 환경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구간의 장비 운용과 토목 공사를 일시 정지하고 정밀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대모잠자리 성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점은 엄궁대교 공사장 인근으로, 지난 13일 현장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낙동강청은 발견 직후인 지난 14일 부산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고, 시는 이를 수용하여 엄궁대교 일부 구간의 공사를 우선 중단했다. 이어 대저대교 공사장 인근에서도 동일한 멸종위기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환경 당국의 대응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낙동강청은 지난 19일 대저대교에 대해서도 공사 중지를 요청했으며, 부산시는 다음날인 20일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하며 공정 가동을 멈췄다.

이번 공사 중단 사태는 단순한 생물 발견을 넘어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부산시가 추진해 온 대저·엄궁대교 건설 사업이 기초적인 환경 조사부터 부실하게 진행되었다고 비판해 왔다. 이들은 지난 3월 26일부터 천막 농성을 이어가며 대모잠자리와 큰고니 등 주요 보호종의 서식지가 사업 부지에 포함되어 있음을 주장해 왔다. 특히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실제 현장 생태계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거짓 평가'라고 규정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 당국은 갈등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행정적 중재 기구를 가동하여 사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낙동강청은 부산시와 환경단체 간의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도 꾸려 운영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문 위원회 가동은 사업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공사 재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행정 기구의 실효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낙동강청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추진 중이나, 사업 주체인 부산시가 참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미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협의회와 전문위원회가 가동되는 기간 동안 대저·엄궁대교 전 구간에 대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관계자는 "협의회와 전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대저·엄궁대교 사업의 문제점을 끝까지 밝혀내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SOC 사업이 반복적으로 환경 논란에 휘말리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교통망 확충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엄궁·대저대교는 서부산권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계획된 핵심 기반 시설이기 때문이다. 법치와 원칙에 따른 환경 보호는 당연한 절차이나, 불필요한 행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정밀한 생태 조사가 선행되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 질서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예산 투입과 사회적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사태의 향방은 전문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부산시의 협의회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낙동강청은 조사 결과 대모잠자리의 서식 범위와 보호 대책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적인 보완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부산시는 교통 인프라 구축이라는 시급성과 환경 보호라는 법적 의무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만약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지며, 이는 전국적인 환경 규제 적용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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