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젠틀몬스터 디자인 모방에 철퇴, 특허심판원 "블루엘리펀트 파우치 등록 무효" 확정

윤근일 기자
젠틀몬스터 디자인 모방에 철퇴, 특허심판원
©연합뉴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경쟁사 블루엘리펀트의 파우치 디자인 등록을 무효화하며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특허심판원은 블루엘리펀트의 제품이 젠틀몬스터의 선행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판단하여 등록 무효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이번 결정은 123억 원 규모의 모방 상품 판매 혐의로 구속기소 된 블루엘리펀트 대표의 형사 재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하는 젠틀몬스터는 블루엘리펀트 대표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 등록 무효 심판에서 승소하며 브랜드 고유의 창의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특허심판원 제3부는 블루엘리펀트가 2023년 공개하고 등록한 안경 파우치 디자인이 젠틀몬스터가 2년 앞선 2021년 이미 선보인 제품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인용 결정에 따라 블루엘리펀트 측이 보유했던 해당 디자인 권리는 소급하여 상실되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심판부는 두 브랜드의 파우치가 전체적인 형상과 세부적인 제작 기법에서 분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구부의 독특한 주름 구조와 제품을 개방하는 방식, 상부 중앙 및 정·배면 좌우 끝단의 박음질 형상이 일치한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바닥부의 구조와 정면부의 문자상표 배치 방식 역시 젠틀몬스터의 선행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판단되어 디자인의 창작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사다리꼴 전체 형상과 개폐 구조 등이 젠틀몬스터 제품 출시 이전부터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흔한 형태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젠틀몬스터의 파우치가 기존 제품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심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두 제품 사이의 미세한 차이보다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심미감이 유사하다는 점이 디자인 무효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블루엘리펀트가 선행 디자인 조사를 생략한 채 디자인 일부심사등록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심사등록제도는 신속한 권리 부여를 위해 형식적 요건만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블루엘리펀트는 이를 통해 젠틀몬스터의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손쉽게 등록할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제도의 틈새를 이용해 타인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권리화하려는 시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디자인 무효 판결을 받은 블루엘리펀트 대표 A씨는 현재 디자인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다. A씨는 별도의 디자인 개발 인력 없이 젠틀몬스터의 인기 상품을 직접 촬영해 해외 제조업체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모방 상품을 생산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이웨어와 파우치 등 총 51종의 모방 상품 32만 1천여 점을 판매하여 약 12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아이컴바인드 측은 이번 승소가 브랜드의 정당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모방한 디자인을 권리화하려는 부당한 시도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창작과 브랜드 구축에 대한 정당한 보호 원칙이 사법기관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유사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블루엘리펀트 대표 A씨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인체공학적 특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안경 제품의 특성상 기능적인 이유로 형태가 유사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산업적 특수성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특허심판원의 무효 결정으로 인해 A씨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으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례가 국내 패션 및 아이웨어 업계의 고질적인 베끼기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디자인 요소들이 법적으로 두텁게 보호받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카피 제품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형사 처벌 수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지식재산권 분쟁은 단순한 제품 유사성을 넘어 브랜드의 무형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일부심사등록제도와 같은 간소화된 절차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철저한 선행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정품 브랜드의 창의적 가치를 존중하고 위조 상품 유통이 시장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지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젠틀몬스터#디자인#모방에#철퇴#특허심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