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 과정에서 분양 대행업자가 제시한 안정적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보장 등의 설명이 다소 과장되었더라도 이를 사기적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러한 선전 문구가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용인 가능한 수준이며, 구체적 사실의 허위 고지가 아닌 추상적 예상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분양 시장에서 수분양자의 자기 책임 원칙과 광고의 법적 한계를 명확히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1부는 수분양자 A씨가 경기도 평택의 한 상가 건물 시행사와 분양 대행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분양 대행사의 홍보 행위가 신의칙상 비난받을 정도의 허위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시행사 및 대행업자의 배상 책임을 부정했다. 이는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통용되는 광고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계약 당사자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는 사법부의 보수적 기조를 재확인한 결과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2년 8월 A씨가 평택 소재의 상가를 9억 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분양 대행사 직원들은 A씨에게 3년간 선임대가 확보되어 있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며 확실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약금만 납부하면 잔금의 90%까지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분양을 독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행사가 사전에 식당 운영자와 맺었던 선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면서 분쟁의 불씨가 지펴졌다.
분양 대행사 측은 선 임대 계약 해지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완공일이 확정되면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며 A씨를 안심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은 임대 여부와 상관없이 6개월분의 월세 상당액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주며 A씨의 잔금 납부를 유도했다. A씨는 이러한 약속을 믿고 잔금을 완납하여 소유권을 취득했으나 끝내 임대차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자 대행사의 거짓말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1심과 2심의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리며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분양 광고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과장은 불가피하다고 보아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 재판부는 대행사가 임대 가능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시해 기망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잔금 완납 시점까지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대행사가 이를 숨기고 신규 계약이 확실시되는 것처럼 속인 점을 손해배상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거래의 관행과 법리적 원칙을 들어 2심의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상품의 선전과 광고에 수반되는 다수의 과장이나 허위는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어진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행사 직원들이 언급한 수익률이나 차익에 관한 설명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한 추상적인 예상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요지다.
대법원은 특히 분양 대행사가 작성해 준 6개월분 임대료 지원 확약서에 주목하여 사건의 맥락을 짚었다. 재판부는 "잔금 납부 전 확약서가 작성된 점으로 보아 기존 계약이 해지됐다는 점이 양해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금전적 보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이를 단순히 수분양자를 속이기 위한 기망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시행사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의 기각 판단을 유지하며 법치주의적 원칙을 고수했다. 대법원은 시행사가 분양 대행사 직원들을 직접적으로 지휘하거나 감독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으므로 대행사의 영업 행위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계약 구조상 대행업자의 독자적인 영업 활동과 시행사의 법적 책임 범위를 엄격히 구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수분양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분양 대행사의 무책임한 '장밋빛 전망'에 면죄부를 줄 경우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계약의 본질적 요소가 아닌 홍보 문구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대출 가능 여부를 금융기관에 문의하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분양 시장에서는 구두로 이뤄지는 수익 보장 약속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계약서상의 명시적 조항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과장 광고의 기망성을 좁게 해석함에 따라 수분양자는 분양 대행사의 설명을 맹신하기보다 스스로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갖춰야 한다. 시장의 효율성과 신의칙 사이의 균형을 강조한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분양 분쟁에서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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