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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팝업은 봄에 본다" 한여름 비켜난 식음료업계의 치밀한 선행 마케팅

정휘 기자
©연합뉴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식음료업계의 팝업스토어 전략이 실제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4월과 5월에 집중되는 '선행 마케팅'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내 시원한 식음료 관련 팝업스토어는 23개로 연중 최다를 기록한 반면, 정작 7~8월 개최 건수는 한 자릿수에 그치며 시장의 문법이 완전히 재편되는 모습이다.

식음료 업계의 여름 마케팅 공식이 실제 기온 상승 시점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지며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인 계절 마케팅이 실제 수요 발생 시점에 화력을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성수기 진입 전 화제성을 선점해 실제 매출은 유통 채널로 연결하는 효율 중심의 전략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이 플랫폼 '팝가'를 통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스크림과 빙수, 냉음료 등 이른바 '시원한 F&B' 팝업스토어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지난 4월로 총 23개가 개장했다. 5월 역시 지난 22일 기준 14개가 문을 열며 4월에 이어 관련 팝업스토어 개장 수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치솟는 7월과 8월의 시장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 운영된 관련 팝업스토어는 월별 3~6개 수준으로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찜통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봄철에 승부수를 던지는 이유는 신제품의 인지도를 미리 구축하여 여름철 폭발적인 구매 수요를 편의점과 마트, 전자상거래 채널로 흡수하기 위함이다. 팝업스토어에서 형성된 브랜드 경험이 실제 소비가 일어나는 유통 채널에서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일종의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물리적인 환경 요인 또한 식음료 기업들의 봄철 집중 전략을 뒷받침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는 소비자들이 야외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거나 이동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팝업스토어 특유의 집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4월과 5월은 나들이객이 급증하는 시기로, 대기 공간이나 야외 포토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브랜드 홍보 활동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운영 주체 입장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방문객 안전사고 우려를 줄이면서 쾌적한 환경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이점이 크다.

서울 내 팝업스토어 시장 전체 규모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표다. 지난 2024년 7월 103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전체 팝업스토어는 지난달 622개를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6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소비자 경험을 설계하는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완전히 격상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식음료 분야는 유행에 민감하고 교체 주기가 짧아 이러한 공간 마케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스위트스팟 관계자는 "최근 식음료 브랜드들은 여름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찜통더위 시기를 앞서 움직이는 봄철 선행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제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제철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흐름을 이끄는 전략적 전초 기지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의 견해는 팝업스토어가 단기적인 매출 발생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로열티 구축과 유통망 확장이라는 거시적 목적에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행 마케팅의 과열이 자칫 실제 성수기 시점의 브랜드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소비자들이 정작 제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한여름에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접점이 줄어들면서 마케팅 효과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수많은 브랜드가 봄철에 집중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쏟아내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차별화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워지는 레드오션화 현상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향후 팝업스토어 시장은 단순한 수적 팽창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타겟팅과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으로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수집된 소비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제품 개선에 반영하거나, 특정 상권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공간 기획을 통해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기를 앞당겨 승부수를 던지는 식음료 업계의 전략적 유연성은 앞으로 다른 산업군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먼저 붙잡기 위한 공간 전쟁은 계절의 경계를 허물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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