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국 경제 명목성장률 10% 육박... 3고 현상은 위기 아닌 '성공의 마찰음'

음영태 기자
한국 경제 명목성장률 10% 육박... 3고 현상은 위기 아닌 '성공의 마찰음'
©연합뉴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은 새로운 차원의 도약을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성공의 비용'이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다. 올해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AI 기업의 실적 폭발이 국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구조적 수요관리 대책을 공급 정책과 병행하며 시장보다 더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 현상'은 경제 위기의 징후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마찰음이자 성공의 비용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를 한국 경제가 이전과는 다른 높은 수준의 성장 궤도에 진입하며 발생하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규정했다. 경제 전반의 체급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가격 체계의 상향 조정 과정을 위기로 오독할 경우 시장의 불필요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 한국 경제는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유례없는 고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교역 조건을 대폭 개선하고 전체 수출 단가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러한 기업 이익의 증가는 임금 상승과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소득을 증대시키고 국가 세수를 확충하며 부채비율을 낮추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경제 전반의 가격 체계가 한 단계 격상되는 현상은 장기간 지속된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주요 선진국의 재정 불안이 가세하면서 현재의 고금리 환경이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이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

상승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핵심 영역으로 지목되었다. 명목성장률의 급등과 자산 시장의 동조화, 그리고 입주 물량 급감이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금 누적되는 양상이다. 단순히 공급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으로의 자본 쏠림을 차단하는 구조적 수요관리 대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의 고환율 현상 역시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외화 부족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올해 코스피가 70% 이상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은 2,600조 원으로 이전보다 두 배가량 불어났다. 전례 없는 외국인 매도세에 따른 환전 수요가 환율을 일시적으로 밀어 올린 것일 뿐, 이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아닌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지표다.

환율 수준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외화 자금의 수급 흐름과 유동성 지표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외환 시장의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성과 외화 자금 시장의 안정성을 핵심 관리 지표로 삼아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금리 흐름 또한 경제 펀더멘털을 과도하게 앞서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의 금리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통화 정책의 긴축 전환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리 압력을 무리하게 억누르거나 방치하는 양극단의 접근을 지양하고, 충격이 취약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예사롭지 않은 물가 추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다. 에너지 가격 안정 조치와 더불어 담합 등 불공정 시장 구조를 개혁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시장 기능에만 의존해서는 현재의 복합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낙관적 인식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자산 가격의 급등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고금리 장기화가 가계 부채 부실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에 대비한 안전판 마련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인 셈으로, 혼란은 이 마찰음을 위기 신호로 오독할 때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현재의 변동성을 위기로 규정하기보다 변화된 경제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가질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부는 외환보유액 확충과 유동성 안전판 구축을 새로운 정책 과제로 설정하여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외국인 자금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내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높이는 구조적 완충 장치 마련에 주력한다. 퇴직연금 활성화와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대외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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