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해경, 소음 뚫는 AI 긴급구조 시스템 개발 착수…2029년 전국 상황실 전면 배치

이성경 기자
해경, 소음 뚫는 AI 긴급구조 시스템 개발 착수…2029년 전국 상황실 전면 배치
©연합뉴스

 

해양경찰청이 파도와 엔진 소음 속에서도 조난자의 음성을 정확히 식별하는 인공지능 기반 해상 긴급상황 접수 대응체계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 사업은 2028년까지 3년간의 집중 연구를 거쳐 2029년 전국 해경 상황실에 적용될 예정이며, 오인 출동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고 구조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해양경찰청은 해상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발생하는 통신 장애를 극복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지능형 구조 접수 시스템 구축을 공식화한다. 오는 30일 개최되는 착수보고회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대응체계 개발이 시작되며, 이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접수 방식이 가진 한계를 데이터 과학으로 보완하는 과정이다. 해경은 이번 기술 도입을 통해 해상 치안과 구조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국가 안전망의 법치적 완결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해상 통신 환경은 육상과 달리 거친 파도 소리와 선박 엔진의 저주파 소음이 상시 존재하여 신고 내용의 명확한 파악이 저해되는 특성을 지닌다. 통신 신호가 미약한 구역에서 발생하는 신고는 상황실 운영자의 숙련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물리적 잡음을 실시간으로 제거하고 핵심적인 조난 신호를 추출하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개발되는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신고자의 음성에서 '살려달라', '침수 중', '기관 고장' 등 긴급 상황을 암시하는 특정 키워드를 인공지능이 우선적으로 식별하는 데 있다. 식별된 조난 내용은 즉시 상황실 운영자에게 시각화된 정보로 전달되어 인적 판단의 오류를 최소화한다. 여러 무선 채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입되는 음성 신호를 분석하여 조난 상황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능 역시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다.

음성 신호를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하여 표출하는 STT(Speech-to-Text) 기술은 상황실의 다각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요소다. 소음이 극심한 환경에서도 텍스트로 변환된 신고 내용을 통해 상황을 재차 확인 가능하며, 이는 구조 대원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왜곡을 방지한다. 인공지능은 반복되는 해상 통신 데이터를 학습하여 해상 특유의 용어와 억양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디지털 조난신호(DSC)의 발생 위치와 과거 신호 이력을 분석하여 오발신 가능성을 판별하는 기능은 불필요한 출동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기 오작동이나 조작 실수로 발생하는 허위 조난 신호는 해경의 행정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인공지능이 데이터에 기반하여 신호의 신뢰도를 사전에 등급화함으로써 실제 구조가 필요한 곳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장 질서 중심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가능해진다.

이번 연구개발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차세대 해양 상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국가 통합 안전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단절된 기술 개발이 아닌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을 통해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한다. 2028년까지 연구가 완료되면 2029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해경 상황실에 해당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표준화된 대응 체계를 갖추게 된다.

장인식 해경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업은 점차 복잡해지는 해상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미래형 상황실을 구축하는 첫걸음"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더욱 촘촘하고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경 수뇌부는 이번 기술 혁신이 단순한 도구 도입을 넘어 해상 구조의 패러다임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판단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맹점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기계적 알고리즘이 현장의 특수성이나 미묘한 정황 증거를 간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종 판단은 반드시 숙련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경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수용하여 시스템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되 인적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병행할 방침이다.

향후 3년간의 연구 과정에서는 해상 현장에서 수집된 방대한 양의 음성 데이터와 사고 이력 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에 투입될 예정이다. 데이터의 양과 질이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해경은 민관 협업을 통해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능형 시스템이 안착되면 해상 사고 대응 시간은 단축되고 구조 성공률은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해상 안전망 구축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미래 경쟁력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인공지능 기반의 긴급상황 접수 체계는 기술적 진보를 넘어 공공 서비스의 질적 도약을 의미하며, 이는 해양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해경은 이번 사업을 통해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해상 구조 시장에서의 기술 표준 선점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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