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뇌사 빠진 9개월 영아 장소민 양, 3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숭고한 작별'

이겨례 기자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뇌사 빠진 9개월 영아 장소민 양, 3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숭고한 작별'
©연합뉴스

 

생후 9개월 된 영아가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장기 기증을 통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장소민 양이 지난 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과 신장, 소장을 기증하여 우리 사회에 고귀한 생명 나눔의 가치를 일깨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기증은 첫 돌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결정된 일로, 장기 기증이 부족한 국내 의료계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주었다.

생후 9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장소민 양의 장기 기증은 우리 사회에 생명 나눔의 가치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장 양은 지난 5월 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신장, 소장을 기증함으로써 장기 부전으로 고통받던 3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이는 영유아 장기 기증이 극히 드문 국내 의료 현실에서 유가족의 용단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의료계는 이번 사례가 장기 이식 대기자들에게는 희망을, 사회 전체에는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양의 투병은 지난 4월 19일 갑작스러운 발열 증상에서 시작되어 급격한 병세 악화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판단하여 소아과 처방을 받았으나 열은 며칠간 가라앉지 않았고, 이후 대형 병원을 전전하며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세균성 뇌수막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뇌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며, 장 양은 의료진의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장기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의 이면에는 자녀의 흔적이 세상에 남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염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 양의 어머니 박 모 씨는 초기에는 기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세상 어딘가에 소민이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고 싶다"는 남편의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유가족은 소민이가 비록 짧은 생을 마감하지만 누군가의 몸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슬픔을 극복할 실마리를 찾았다. 이는 사후 장기 기증이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생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행위임을 보여주는 보수적 가치관의 발현이다.

장소민 양은 지난해 7월 2.5kg의 저체중으로 태어나 부모의 정성 어린 돌봄 속에 성장해온 귀한 딸이었다. 어머니 박 씨는 예방접종부터 이유식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며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으나, 생후 9개월 몸무게 7kg대에 머물던 아이는 결국 첫 돌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올봄 가족이 함께 떠났던 벚꽃 구경은 소민이와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고, 5월로 예정되었던 가족 여행은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남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단장의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위한 희생을 선택했다.

기증 당일 어머니 박 씨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차마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 씨는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으니 다음 생에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며 기증받은 이들에게도 "더는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생후 9개월 된 어린아이를 떠나보내며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로 결정한 유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영유아 뇌사 판정과 장기 기증 절차에 있어 유가족이 겪는 심리적 외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기증 결정 이후 유가족이 겪는 죄책감과 상실감을 완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계적 중립성 차원에서 볼 때, 장기 기증 활성화라는 공익적 목적만큼이나 기증자 가족의 인권과 심리적 보호 역시 균형 있게 다뤄져야 할 과제이다.

향후 정부와 의료계는 장소민 양의 사례처럼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장기 기증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하는 고도의 사회적 연대 행위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제도적 인프라 확충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소민이가 남긴 생명의 불꽃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피어나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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