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국가 행정망 마비 수습 중 숨진 행안부 팀장, 8개월 만에 '순직' 인정

음영태 기자
국가 행정망 마비 수습 중 숨진 행안부 팀장, 8개월 만에 '순직' 인정
©연합뉴스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의 유례없는 장애 사태를 복구하기 위해 비상 근무를 이어가다 숨진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국가로부터 순직을 인정받았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전산망 마비 대응 업무와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고인의 명예를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공직자가 감당해야 했던 업무 과중과 그에 따른 책임을 국가가 최종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 A씨에 대한 순직 유족급여 청구를 승인하기로 의결했다. A씨는 작년 가을 발생한 국가적 전산 장애 사태의 수습과 복구 업무를 총괄하던 중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인해 근무지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심의회는 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공익성과 긴급성, 그리고 사망 전까지 이어진 극한의 근무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 정부의 핵심 행정망이 일제히 마비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전산 장애로 인해 전국 지자체의 민원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초유의 행정 공백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전산장애 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 보직을 맡고 있던 A씨는 사고 직후부터 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A씨는 화재 사고 발생 직후부터 관련 업무 체계를 마련하고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일주일 넘게 고강도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는 장애 사태 대응 업무에 매진하던 중 작년 10월 3일 자신이 근무하던 정부세종청사 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평소 책임감이 강했던 고인은 사고 전부터 행정정보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유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순직 인정 절차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고인이 국가 행정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하며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증빙 자료와 현장 기록을 충실히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번 순직 인정을 통해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법조계와 인사 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순직 인정이 공무상 재해의 범위를 국가적 위기 대응 업무까지 폭넓게 인정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 행정 전문가는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의 마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공직자가 짊어진 심리적 압박과 물리적 과로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라며 "이는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공직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행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직 사회의 비상근무 체계와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스템 장애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특정 소수 인력에게 과도한 책임과 업무가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2의 비극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공무원 노동계 관계자는 "순직 인정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며 평상시 업무 분산과 위기 관리 인력의 충분한 확보가 법치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내부적인 추모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행정망 안정성 강화 대책 수립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재난 대응 인프라를 전면 재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 즉각적인 복구가 가능한 이중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순직 인정은 단순한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국가 행정 시스템의 안정성과 공직자 예우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행정망#마비# 수습#숨진
국가 행정망 마비 수습 중 숨진 행안부 팀장, 8개월 만에 '순직' 인정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