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참사가 사고 12시간 전 감지된 명확한 이상 징후를 묵살한 채 무리한 현장 점검을 강행하다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서울시와 시공사는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의 하강 신호에도 불구하고 지지대 설치 등 필수 안전 조치를 생략한 채 인력을 투입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도중 발생한 구조물 붕괴 사고는 이미 12시간 전부터 예고된 위험 신호를 방치한 결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경 슬라브 절단 작업 중 구조물의 핵심 지지축인 거더에서 29㎜의 침하 현상이 최초로 발견됐다. 감리단장은 즉시 공사 중단을 명령했으나, 이후 사고 발생 시점까지 붕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보강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는 추가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거더를 연결하는 플레이트를 설치하는 임시 조치에 그쳤다. 시공사는 이상 징후 발견 5시간이 지난 오전 7시 30분에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유선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대면 보고는 그로부터 2시간이 더 경과한 오전 9시 30분에서야 진행되며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소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와 감리단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을 사지로 밀어 넣었다. 오후 1시 40분경 서울시 관계자 3명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총 9명의 점검 인력이 안전진단을 위해 고가차도 하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구조물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급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지지 시설물 설치 없이 안전모 하나에 의지해 조사를 시작했다.
현장 점검이 시작된 직후 거더를 포함한 상부 구조물이 순식간에 붕괴하면서 하부에 있던 관계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장소장과 외부 전문가, 감리단장 등 3명이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며 서울시 소속 공무원 3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직전까지 고가차도 하부에는 열차가 정상 운행되고 보행자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아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에 대해 구조적 결함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철거 설계 당시에는 거더의 안전성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현장에서 거더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거더의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하부 진입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의 판단 미비를 언급하며 책임을 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감리단장이 거더 붕괴와 관련해서는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철거 계획 자체가 거더의 지지력을 전제로 수립되었기에 이번 붕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구조적 위험성을 사전에 간과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현장 시방서 규정은 서울시의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소문 고가 철거 공사 시방서에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이나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 시 버팀대 또는 지주 등의 안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29㎜라는 구체적인 수치의 침하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필요 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서울시의 안일한 안전 의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상 징후가 확인된 상황에서 왜 충분한 통제와 안전 확보 없이 점검이 진행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사 기관을 향해 서울시와 감리, 시공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측에서도 서울시의 안전 관리 부실을 정조준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는 "침하 현상이 발생했다면 붕괴를 막기 위한 지지 조치를 선행하는 것이 안전의 기본 순서"라며 "기본적인 지지 작업조차 없이 인력을 투입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의 안전 수칙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다.
반면 서울시는 주변 교통 통제 미실시에 대해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예정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임 본부장은 "통제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긴급하게 안전진단을 실시했던 것"이라며 "진단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통제 조치를 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험이 확인된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사후약방문 격의 대응 논리로, 예방적 안전 조치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번 사고로 인해 서소문 고가차도 인근의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시민들의 불편도 극에 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9일까지 철도 복구를 완료하고 주말 첫차부터 운행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 상황을 점검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약속했다.
향후 수사의 핵심은 12시간이라는 충분한 대응 시간이 있었음에도 왜 지지대 설치와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시방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안전 조치를 생략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무리한 공기 단축이나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정황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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