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의 주범이 이란산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정부는 탄두 형태와 잔해 색상 등 정밀 기술분석을 토대로 이란 측의 책임을 규명하고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정밀 감식을 거쳐 도출된 결과로, 국제 해상 물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적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우리 국적 선박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를 이란산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로 결론 내렸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탄두의 기하학적 형태와 기체 잔해물에서 발견된 고유의 색상 등을 근거로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 공격의 주체를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국제 해상 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정밀 감식과 국방부 기술분석팀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수행되었다. 박 차관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술분석 결과,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하며 외교부가 확보한 제조사 카탈로그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잔해물의 금속 성분뿐만 아니라 기체 외벽의 도색 성분까지 기존 미사일 데이터와 면밀히 대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시작되었다. HMM 나무호는 2월 25일 해당 해역에 진입했으나, 사흘 뒤인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란이 3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나무호는 페르시아만 내에 장기간 고립되는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고립된 선박은 안전 확보를 위해 정박 위치를 이동하던 중 예기치 못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선체 일부가 파손되었다. 4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나무호는 5월 4일 현지시간 15시 30분경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이 미상의 비행체에 피격되는 사고를 당했다. 피격 직후 선체에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음 날 선사 측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면서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진압되었다.
국제사회는 이번 피격 사건을 민간 상선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인 5월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한국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언급하며 이란 배후설을 강력히 제기했다. 미측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정부 조사단이 공식 파견되기 전부터 이번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군사 타격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우리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한 원인 규명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조사 역량을 집중하며 실체 파악에 나섰다. 5월 7일 나무호를 두바이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조치가 시작되었으며, 이튿날인 5월 8일 오전 선박은 수리조선소인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무사히 정박했다.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정부 조사단이 현지에서 화재 원인과 파손 부위에 대한 정밀 조사를 개시하며 미사일 피격의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5월 10일 미상의 비행체가 선미를 타격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뒤 국방부 기술분석팀을 두바이 현지에 급파했다. 5월 15일 국내로 운송된 비행체 잔해는 국방과학연구소로 즉시 이송되어 미사일의 정체와 원산지를 규명하기 위한 고도의 분석 공정을 거쳤다. 분석 결과 비행체의 잔해는 이란산 대함미사일인 '누르'의 고유한 설계 특징과 제조 공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는 확정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란 정부에 대한 강력한 외교적 대응과 책임 추궁을 예고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피격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이날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하여 기술적 분석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외의 다른 무장 세력이나 제3의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 역시 조사 과정에서 다른 주체의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상식적으로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증거가 이란산 미사일을 지목함에 따라 정부는 팩트에 기반한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국적 선박의 안전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의 핵심인 이곳에서 민간 선박이 군사적 타격의 대상이 된 것은 국가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묵과할 수 없는 위협이다. 정부는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 해사 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선박 호송 체계를 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해상 안전장치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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