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집계 결과 총 집행액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2조 1,560억 원으로, 이는 2006년 첫 조사 이후 약 20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지역사회 안정과 서민금융 지원에 재원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지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사상 첫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은행연합회는 29일 발간한 '2025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금액이 총 2조 1,56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년도 집행액인 1조 8,934억 원보다 2,626억 원 늘어난 규모로, 성장률은 13.9%에 달한다. 이러한 가파른 증가세는 은행권이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상생 금융의 원칙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분야별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와 공익 부문이 전체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사회·공익 부문에 가장 많은 1조 4,350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서민금융 지원 부문에도 5,389억 원이 집행되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은행권이 실물 경제의 근간인 지역사회 안정과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를 최우선 순위에 두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서민금융 지원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받는 저신용·저소득층의 금융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되었다.
학술·교육과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활동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학술·교육 분야에는 739억 원이 투입되었고, 메세나 활동으로 불리는 문화예술·체육 부문에는 684억 원이 지원되었다. 글로벌 사회공헌과 환경 보호 부문에도 각각 292억 원과 106억 원이 배정되어 국내외를 아우르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했다. 이는 은행권이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교육과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회공헌 규모의 장기적 추이를 분석하면 지난 20년간 은행권의 역할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6년 보고서 발간 첫해 당시 3,514억 원에 불과했던 사회공헌 규모는 2019년 1조 원을 돌파하며 질적·양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불과 5년 만에 다시 2조 원의 벽을 넘어서며 은행의 공적 기능이 자본시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장은 금융 산업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은행권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보고서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대목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기금 운영 실적이다. 은행권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총 3,600억 원을 출연하여 '새도약기금'을 별도로 조성하고 운영해 왔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기부를 넘어 수혜자가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생산적 금융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금은 주로 경영 컨설팅과 저금리 대환 대출 지원 등 실질적인 회생 프로그램에 집중 투입되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보고서 발간을 통해 은행권의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 이행을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이행 노력과 진정성 있는 실천을 국민에게 더욱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생과 포용의 가치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선도하겠다"며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장의 의지가 각 은행의 경영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회공헌 규모의 급격한 확대가 금융 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에 따른 수동적 대응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한다. 은행권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예대마진에 편중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비용 지출 확대가 근본적인 금융 서비스의 혁신이나 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강제적인 비용 분담보다는 자발적인 혁신을 통한 사회적 기여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향후 은행권의 사회공헌은 양적 확대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배분과 질적 내실화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단순한 금액 집계 방식에서 탈피하여 각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측정하고 이를 ESG 경영 체계와 연계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금융 지원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회적 책임 확대가 향후 은행권 사회공헌의 핵심 평가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앞으로도 투명한 공시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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