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은 아파트 매매대금 처분 문제로 갈등을 빚다 80대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우자 살해 행위의 반인륜성을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전 치매 전 단계 진단을 받은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이번 판결은 고령층 가구 내 재산 분쟁이 극단적인 강력 범죄로 이어진 사례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7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월 경기 의정부시 소재 자택에서 80대 아내를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피고인이 아파트 매매대금의 처분 방식을 두고 피해자와 장시간 대립해온 과정에 주목하여 이를 범행의 결정적 동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동거하는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려운 중죄임을 명확히 했다. 양철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아파트 매매대금 처분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와 말다툼하다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한 배우자 살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의 건강 상태와 범행 당시의 인지 능력을 면밀히 검토했다. A씨는 범행 약 3개월 전 의료기관으로부터 치매 전 단계 진단을 받았으며 이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고령과 초범인 점, 그리고 재산 문제에 대한 불만이 범행으로 이어졌으나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며 엄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경위와 수법이 잔혹하고 범행 후의 정황에서도 폭력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고령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강력 범죄라는 점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존재하므로 사회로부터의 장기적인 격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사건의 전말은 범행 직후 A씨가 평소 이용하던 상점을 방문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A씨는 가게 주인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인이 즉시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자택에서 아내와 금전적 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유족 측의 주장은 달랐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와 피해망상 증세를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범인 점,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와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중 벌어진 비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실제로 A씨는 법정에서 재판장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절차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반면 피해자 측 유족들은 A씨의 이러한 태도가 형량을 낮추기 위한 치밀한 연기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유족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의 비극적인 종착역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생전 피고인의 폭력적인 성향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으며 이번 범행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유족들의 입장이다.
법원은 유족들의 엄벌 요구와 피고인의 심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피고인의 인지 상태가 범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사회적 유대 관계가 깊은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노인 가구 내의 재산 갈등과 정신 건강 문제가 결합된 강력 범죄는 점차 심각한 사회적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전 단계와 같은 인지 장애가 범죄의 가중 요소나 감경 요소로 작용할 때 보다 정밀한 의학적·법률적 감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번 판결은 노인 범죄의 특수성과 존속살해의 엄중함 사이에서 법적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향후 A씨는 12년의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5년간 보호관찰을 받으며 사법당국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이는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을 통제하고 사회 복귀 과정에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아파트 매매대금이라는 현실적인 재산 문제가 한 가정을 파괴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