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계엄 절차 하자 은폐' 강의구 전 부속실장 1심 징역 1년 6개월 실형 및 법정구속

이겨례 기자
'계엄 절차 하자 은폐' 강의구 전 부속실장 1심 징역 1년 6개월 실형 및 법정구속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절차적 결함을 은폐할 목적으로 사후 문건을 조작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강 전 실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이는 특검 구형량인 징역 5년보다 낮은 수치다. 재판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공직자가 국가적 중대사의 하자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행위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절차의 흠결을 사후에 조작된 문서를 통해 정당화하려 한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서 국가 기록의 무결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인 2024년 12월 6일 계엄 선포문 표지를 사후에 작성한 행위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했다. 당시 강 전 실장은 해당 표지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아 보관하다가 이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상계엄이 사전에 적법한 부서 절차를 거쳐 선포된 것처럼 외관을 꾸미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이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문서에 의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헌법적 정당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결함으로 지목되어 왔다. 강 전 실장은 이러한 하자를 인지한 직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당초 배포된 선포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표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공적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실형 선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의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며 법리적 판단을 엄격히 적용했다. 강 전 실장이 작성된 문서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공식적인 행정 절차에 사용하지 않고 책상 서랍에 보관하다가 파기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직접적으로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법원은 양형 이유를 통해 공직자의 윤리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옥희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서명과 국무위원의 부서가 담긴 문서로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하자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를 은폐하려 한 시도는 공문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행위다"라고 판시했다. 고위 공직자의 권한 남용이 국가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한 셈이다.

검찰과 내란특별검사팀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으나 형량은 구형량인 징역 5년의 절반 이하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범행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한 국가적 혼란 상황에서 상급자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총리의 재판 결과와도 궤를 같이한다.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 이들의 경우에도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강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며 사법부의 일관된 법리 적용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강 전 실장이 문서를 단순히 보관하다 파기했을 뿐인데 실형과 법정 구속까지 선고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피고인이 실질적인 행사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해 온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 행사 혐의와 작성 혐의 사이의 인과 관계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은 국가 기록 조작 시도 자체만으로도 법치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실장의 법정 구속으로 인해 비상계엄 관련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당시 계엄 선포 과정 전반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는 향후 상급심에서도 공문서의 무결성과 공직자의 정직 의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법적 판단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 속에서 행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사례는 향후 헌법 교육과 공직 윤리 확립의 반면교사로 남을 것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문서 행정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될 수 없음을 보여준 이번 판결은 공직 사회에 무거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향후 진행될 관련자들의 대법원 최종 판단이 국가 기록 관리 체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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