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0.60%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실채권 잔액은 17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되어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를 형성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비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자영업계의 금융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하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0%로 전년 말 0.57%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말 기록했던 0.6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0.01%포인트 상승하며 장기적인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 잔액은 17조 7000억 원에 달하며 지난 2019년 3월의 18조 5000억 원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항목별로는 기업여신이 14조 20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가계여신 3조 3000억 원, 신용카드 채권 300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1조 1000억 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증가세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의 여파가 은행권의 자산 질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기 중 부실채권 정리 규모가 감소한 점이 전체 잔액을 밀어 올린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분기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4조 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 3000억 원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상매각 규모의 감소 등이 부실채권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적극적인 부실 정리에 나서지 못하면서 장부상 부실이 쌓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기업여신 부문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화 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4%로 전 분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여신 비율이 0.50%로 0.01%포인트 상승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 여신은 0.88%로 0.05%포인트나 뛰었다. 중소법인 부실채권비율 역시 1.03%를 기록하며 기업 규모에 따른 건전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여신의 급격한 건전성 악화다. 개인사업자 부실채권비율은 0.66%로 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 상승하며 2015년 3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내수 부진과 비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영세 사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영업 대출 부실은 가계와 기업 양측에 걸쳐 있어 경제 전반의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가계대출 부문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32%로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비율은 0.22%로 0.01%포인트 올랐으며 기타 신용대출 등은 0.66%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 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0.4%로 전 분기 말 대비 9.9%포인트 급락했다. 대손충당금 잔액 자체는 26조 7000억 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인 적립 비율이 낮아진 결과다. 코로나19 시기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폭 확충했던 완충 자본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신규로 발생하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는 점은 일말의 희망적인 요소다. 1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5조 5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000억 원 줄어들었다. 기업여신 신규 부실은 4조 1000억 원으로 3000억 원 감소했고 가계여신 신규 부실도 1조 3000억 원으로 1000억 원 줄었다. 부실의 '흐름' 자체는 다소 둔화되었으나 기존 부실의 '축적'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은행권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별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등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건전성 관리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에 대한 부당한 권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할 방침이다.
향후 은행권은 자산 건전성 방어를 위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채권비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 질서 유지와 법치 중심의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확보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충당금 적립 등 기초 체력 보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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