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외국인 '패닉 셀' 멈추고 채권 복귀, 43조 매도 폭풍 지나 안정세 진입

정휘 기자
외국인 '패닉 셀' 멈추고 채권 복귀, 43조 매도 폭풍 지나 안정세 진입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4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유지했으나 순매도 규모가 전월 대비 10분의 1 수준인 4조 원대로 급격히 줄어들며 시장 충격이 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 달 만에 순투자로 돌아선 채권시장은 국채를 중심으로 4,42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자본 유출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도세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나 그 기세는 눈에 띄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4조 460억 원을 순매도하며 전월의 기록적인 매도 폭풍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전월에 43조 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극단적인 공포 심리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신호라고 해석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의 매도세는 시장별로 온도 차를 보이며 차별화된 양상을 나타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6,380억 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여전히 대형주 중심의 비중 축소 전략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순매도 규모가 4,080억 원에 그쳐 상대적으로 매물 출회 강도가 약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전체 시가총액 규모는 전월보다 오히려 545조 2,000억 원 증가한 2,121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32.5%에 달하는 비중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 가치 상승이 매도분을 상쇄한 결과이다.

지역별 투자 향방을 살펴보면 중동 자금의 유입과 아시아 및 영미권 자금의 유출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달 중동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유일하게 사자세를 보인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은 1조 8,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가장 큰 유출 폭을 기록했고 미주와 유럽에서도 각각 1조 6,000억 원과 2,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가별로는 노르웨이가 1조 7,000억 원, 룩셈부르크가 1조 6,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반면 싱가포르와 영국은 각각 3조 4,000억 원과 2조 5,000억 원을 매도하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식시장의 부진과 달리 채권시장은 한 달 만에 순투자 전환에 성공하며 외국인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드러냈다.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 8조 890억 원을 순매수하고 만기 상환된 7조 6,470억 원을 제외한 4,420억 원을 국내 시장에 새로 투입했다. 특히 국채에만 4조 7,000억 원 규모의 순투자가 집중되면서 한국 국채의 신인도와 금리 매력도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다. 다만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의 경우 1조 4,000억 원어치가 순회수되며 단기물보다는 장기 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채권 투자 자금의 근원지를 분석하면 유럽과 미주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음이 확인된다. 유럽 투자자들은 지난달 2조 원의 대규모 순투자를 단행했으며 미주 지역에서도 7,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어 시장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였던 중동 자금은 채권시장에서는 8,000억 원을 순회수했고 아시아 자금 역시 1,000억 원 규모의 회수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4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전월보다 1조 4,000억 원 늘어난 325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체 상장 잔액의 11.6%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극단적인 자산 이탈 현상이 잦아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시장의 펀더멘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주식 매도세의 급격한 둔화와 국채 중심의 채권 순투자는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대외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외국인 자금이 점차 이성적인 투자 판단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4개월 연속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매력도 제고를 위한 과제가 여전함을 시사한다. 글로벌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과 주요국의 통화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자금 유출이 재개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특정 국가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단순한 수치상의 안정에 안주하기보다는 외국인 자금의 질적 구성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국내 증시는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의 향방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외국인 자금의 완전한 순매수 전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 확인된 국채 선호 현상이 주식시장으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시장 투명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매도 규모 축소를 시장 반등의 전초전으로 해석하되 여전히 남아있는 대외 리스크 요인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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