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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피' 시대의 역설, 코스피 폭등에도 공포지수 36% 급등한 이유는 '반도체 쏠림'

윤근일 기자
'8천피' 시대의 역설, 코스피 폭등에도 공포지수 36% 급등한 이유는 '반도체 쏠림'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하며 9,000선 고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으나, 시장의 불안을 반영하는 한국형 공포지수(VKOSPI)가 이달 들어서만 36% 폭등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극단적인 수급 쏠림과 레버리지 ETF를 통한 투기적 거래 확대가 강세장 속의 변동성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8,000포인트를 넘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부의 변동성 지표는 오히려 위기 상황에 준하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오전 10시 46분 기준 전장보다 3.28% 급등한 73.95를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수가 급등할 때 변동성지수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문법이나, 최근 국내 증시는 지수 상승과 공포지수 상승이 동행하는 이례적인 '디커플링'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이러한 변동성 확대는 이달 초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며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말 6,500선에 머물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 27% 넘게 치솟는 동안 VKOSPI 역시 54.34에서 73.95까지 36%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장 중 한때 82.23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3월 중동발 전쟁 위기 직후 기록했던 연고점인 83.58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현재 시장이 느끼는 체감 변동성이 전시 상황에 준함을 시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공포지수 급등의 일차적 원인으로 시가총액 상위 비중이 높은 반도체 두 종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지목하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종목의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코스피 전체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두 종목이 움직이면 코스피200 전체가 움직이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정 섹터의 등락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면서 개별 종목의 위험이 시장 전체의 체계적 위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주요국 증시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흐름으로 파악된다. 대만 가권지수의 경우에도 TSMC 한 종목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육박하면서 지수 변동성이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 종속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AI 관련주들의 일간 변동폭이 커짐에 따라 한국 증시 역시 이들과 동조화되며 지수 자체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투자 확대 역시 변동성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 15일까지 일평균 ETF 거래대금의 약 31%가 레버리지와 인버스, 곱버스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며 증시 자금을 급격히 빨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지수의 상하방 변동폭을 기계적으로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 구조상 발생하는 리밸런싱 수요가 지수의 변동성을 더욱 고착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의 등락에 맞춰 익스포저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추가적인 매수나 매도를 집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수급이 지수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킨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레버리지 선호 경향을 고려할 때, 지수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더라도 이러한 변동성 확대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변동성 확대를 반드시 부정적인 폭락의 전조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강세장의 핵심 동력인 기업 이익 성장세와 거시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른 변동성은 오히려 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기계적인 매도세로 인해 지수가 일시적 조정을 거치더라도 주도주의 실적 뒷받침이 있다면 회복 탄력성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향후 증시의 향방은 반도체 주도 섹터의 실적 지속성과 수급의 분산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강세장의 이유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변동성 확대는 더 빠른 회복을 야기한다"며 "조정이 나타날 경우 주도 섹터인 반도체, 전력기기, IT 하드웨어 등 업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은 지수의 단순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변동성을 활용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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