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합의한 발전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 고용 이행 시한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가 대규모 추모대회를 열어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한전KPS가 발전설비 경상정비 하도급 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약속한 기한은 5월 31일이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인 채용 절차는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단체들은 반복되는 산재 사고의 근본 원인인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합의 사항 준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1주기 추모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합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씨를 기리는 동시에, 지연되고 있는 직접 고용 절차에 대한 항의의 성격을 띠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현행 외주화 구조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는 지난 2월 한전KPS 소속 경상정비 하도급 노동자들을 전원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당 협의체는 김씨의 산재 사망사고를 계기로 구성된 정부와 민간의 합동 기구로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당시 합의안에 따르면 직접 고용 완료 시점은 5월 31일로 명시되었으나, 이행 마감을 단 하루 남겨둔 시점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책위는 정부가 발전산업 안전협의체의 합의 사항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태안화력에서 김용균과 김충현이 사망하고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는 등 비극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치권이 사고 때마다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약속했으나 현장의 변화는 미비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충현 씨는 지난해 6월 2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김씨는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가공 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그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의 하청업체인 한전KPS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은 한국파워O&M 소속이었으며, 사망 당일 혼자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한전KPS의 비정규직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향후 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인 가운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번 추모대회를 기점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더욱 강력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라고 외쳐야 하느냐"며 "한전KPS 비정규직 직접 고용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합의 이행의 엄중함을 강조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직접 고용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절차와 예산 확보 등의 현실적 제약이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의 인력 구조 개편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노사 간의 세부적인 조건 조율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합의된 시한을 넘기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추모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각역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이어가며 시민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들은 행진 종료 후 정부 측에 협의체 합의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발전소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와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사정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향후 발전산업 내 비정규직 고용 구조 개선은 정부의 노동 정책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5월 31일이라는 약속된 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노동계의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하반기 노정 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전KPS가 합의 이행을 위해 어떠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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