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금 시세가 하루 만에 3% 이상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하반기 본격적인 '금 랠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보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중앙은행의 꾸준한 매입 수요를 근거로 하반기 금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국내 금 시세가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 진전 소식에 힘입어 최근의 하락세를 끊고 가파른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9일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99.99_1kg)은 전 거래일 대비 3.09% 상승한 21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이란 종전 MOU 서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일일 상승률은 최근 두 달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값은 올해 초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26만9,810원과 비교하면 약 20%가량 하락한 수치이며, 전쟁 직전 가격인 23만9,300원보다도 9.5% 아래에 형성되어 있다. 금값은 지난 3월 3일 전쟁 초기 4.14% 급등하며 24만9,2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안전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특히 3월 23일에는 하루 만에 7.87%가 폭락하며 20만원대 초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장기 보유와 단기 트레이딩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골드바 등 실물 금을 꾸준히 매입해온 투자자들은 최근의 가격 조정을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실물 금 보유자 B씨는 "전쟁 기간의 가격 조정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금은 내 자산이라는 확신을 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금 ETF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하던 이들 중 일부는 금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하에 전량 매도에 나서며 자산 재배분을 검토 중이다.
국제 금 시장 역시 미-이란 간의 긴장 완화 분위기를 반영하며 상승 랠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593.00달러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1.34% 상승했다. 이란 사태 직전 온스당 5,2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금 선물은 지난 3월 한때 4,100달러까지 추락했으나 종전 기대감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CME그룹이 금과 은 선물의 초기 증거금률을 인하하기로 결정한 점도 투자 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 시장이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며 저가 매수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가 가격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며 올해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400달러에서 5,600달러 사이로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이후 금은 단순한 무이자 자산이 아니라 재정 불신 환경에서 채권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될 경우 금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탈달러화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유발하는 근본적 요인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3분기 이후 물가 충격이 정점을 지나면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단기적으로는 6,000달러를 향한 재상승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전쟁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 연준의 긴축 기조 지속과 국채 금리 반등은 금 가격의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기에 고금리 환경이 길어질수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는 특성을 지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될 경우 투자 심리가 이전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금값이 전고점을 돌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금 시장은 중동 정세의 완전한 안정화 여부와 미국 등 주요국의 재정 불확실성 확대 추이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인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 금이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방어하는 핵심 헤지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공통된 결론이다. 투자자들은 실물과 파생 상품의 특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성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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