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실명 위기에 이르게 하고 흉기로 협박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특수협박과 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며, 양측의 항소 포기로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피해자는 망막박리 수술과 인공수정체 삽입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으나, 법원은 피고인의 초범 여부와 피해자의 처벌 불원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은 성관계 거부를 이유로 연인에게 영구적인 신체 손상을 입히고 흉기로 살해 위협을 가한 20대 남성에게 사법적 관용을 적용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형사8단독 송한도 판사는 특수협박 및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8)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피해자를 위협하고 중대한 상해를 초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정 감경 사유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새벽 서울 소재 A씨의 주거지에서 발생한 성관계 요구 거부에서 시작됐다. A씨는 여자친구 B씨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격분하여 주먹으로 B씨의 안구를 강하게 타격하는 폭행을 자행했다. 이는 신체적 우위를 점한 가해자가 방어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에게 가한 일방적인 위해로 기록됐다.
폭행 직후 피해자가 신변 보호를 위해 화장실로 대피했으나 가해자의 위협은 멈추지 않고 더욱 가중됐다. A씨는 화장실 문을 물리적인 힘으로 파손하며 진입을 시도했고 주방에 비치된 흉기를 가져와 피해자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당시 A씨는 "죽여버리겠다"는 폭언을 반복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특수협박의 구성 요건을 충족했다.
피해자 B씨가 입은 신체적 타격은 단순 상해를 넘어 평생 지속될 후유증을 남기는 중상해에 해당한다. 폭행으로 인해 망막이 안구 벽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 증상이 발생하여 긴급한 외과 수술이 시행됐다. 의료진은 파손된 렌즈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복잡한 재건술을 진행했으나 시력의 완벽한 회복은 불가능했다.
현재 B씨는 사물의 형태가 왜곡되어 보이는 변시증 증상을 앓고 있으며 이는 시각 정보 처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변시증은 망막 조직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일상적인 보행이나 독서 등 기초적인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준다. 피해자는 신체적 고통과 더불어 갑작스러운 시각 장애 판정에 따른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형법상 정해진 감경 요소를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송한도 판사는 "피해자의 눈을 폭행하고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협박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과거 어떠한 범죄로도 처벌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라는 사실과 피해자가 합의를 통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이 실형을 면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사법부는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명목하에 당사자 간의 합의를 양형의 주요 변수로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법적으로 종결되어 확정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가해자의 폭력성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특히 흉기를 사용한 특수협박과 영구적 장애를 초래한 상해죄의 엄중함에 비해 집행유예는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이라는 지적이다. 법적 안정성만큼이나 범죄의 실질적 예방과 사회적 정의 구현을 위한 양형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데이트 폭력 범죄에 대한 사법적 잣대는 더욱 정교해지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초범 여부나 합의 여부에 과도한 가중치를 두기보다는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영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사법 체계가 피해자의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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