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엔비디아 AI 칩 호재에도 차익실현 매물 집중, 삼성전자 6% 급등 뒤 널뛰기 장세

윤근일 기자
엔비디아 AI 칩 호재에도 차익실현 매물 집중, 삼성전자 6% 급등 뒤 널뛰기 장세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8%에 육박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뉴욕증시의 기술주 강세가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전이됐으나,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급격하게 오가는 양상이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6% 이상 치솟았다가 곧바로 하락 반전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 끝에 2%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37만 원까지 치솟으며 전 거래일 대비 6.0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3.30% 오른 36만 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급등 직후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되면서 오전 9시 9분께에는 전장보다 2.01% 내린 34만 2,000원까지 급락하는 등 불과 10분 사이에 주가가 요동쳤다. 이후 낙폭을 빠르게 회복한 삼성전자는 오전 9시 18분 현재 전장보다 2.01% 오른 35만 6,000원에 거래되며 진정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유사한 고변동성 장세를 노출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각 전장보다 1.82% 내린 232만 원에 매매되며 삼성전자와는 대조적인 약세를 기록 중이다. 두 종목 모두 장 초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반도체 업종 전반에 걸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매도 상위 창구에 제이피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기술주 중심 강세 랠리는 국내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인 기초 여건을 제공했으나 실제 주가 흐름은 매물 소화 과정에 집중되는 형국이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9%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26%와 0.42% 상승 마감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06% 뛰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뒷받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단기 고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증시 호재가 선반영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자산 배분 차원의 물량 조절이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여 공개한 첫 AI PC용 칩 'N1 X'는 향후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 노트북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관련 하드웨어 생태계의 확장을 선언했다. 이러한 소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차세대 D램 수요에 직결되는 호재임이 분명하다. 다만 시장은 이러한 장기적 성장성보다는 당장 눈앞에 실현된 수익을 확정 지으려는 매도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홀로 1조 5,695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상단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1,220억 원과 4,521억 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내고 있으나 외국인의 거센 매도 압력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외국인은 1조 5,767억 원의 매도 우위를 점하며 특정 섹터에 집중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해당 업종에서 각각 1조 930억 원과 4,627억 원을 사들이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변동성 장세가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기술적 조정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장 관계자는 "간밤 뉴욕발 훈풍이 전해졌음에도 국내 대형 반도체주가 출렁이는 것은 그만큼 단기간에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방증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계 창구를 통해 나오는 매물은 전략적 자산 배분일 가능성이 크며 장중 변동성이 큰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의 주가 흐름이 기업의 가치 변화보다는 수급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급등이 실적 개선 속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제기하며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품 논란과 글로벌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비중 확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향후 경기 지표 발표를 앞두고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현재의 상승세가 추세적인 우상향으로 이어질지는 외국인의 매도세 진정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향후 국내 반도체 주가는 엔비디아발 AI 생태계 확장 속도와 외국인의 수급 전환 시점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CEO가 제시한 AI PC 시장의 비전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확인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장중 34만 원대와 37만 원대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이 반복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 시장의 효율성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외국인과 국내 투자 주체 간의 치열한 매수·매도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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