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제형 혁신과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화하는 K-제약·바이오, 시장 지배력 강화에 총력

정휘 기자
제형 혁신과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화하는 K-제약·바이오, 시장 지배력 강화에 총력
©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환자 복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형 혁신과 북미 및 중국 등 거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약물 크기를 대폭 줄인 신제품으로 만성 질환 시장을 공략하며, HK이노엔과 시지바이오는 현지 유통망 확보와 멀티브랜드 전략으로 해외 매출 비중 확대를 본격화한다. 민관 협력을 통한 스타트업 발굴과 소비자 체험형 마케팅도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근당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제형 축소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환자 맞춤형 치료 환경 조성에 나선다. 이번에 출시된 에소듀오미니는 기존 제품인 에소듀오에스의 유효 성분은 유지하면서도 알약의 물리적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 장기 복용 환자들이 느끼는 목 넘김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질환 특성상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받는다. 종근당은 이러한 미세한 제형 변화가 환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처방 선호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유통 채널 다변화와 현지 특화 브랜딩을 통해 K-바이오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HK이노엔은 미국 내 대표적인 뷰티 유통 플랫폼인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자사의 스킨케어 브랜드 비원츠를 입점시키며 북미 시장 공략을 구체화했다.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매장 개점 기념 행사에서 주력 제품인 마스크와 세럼을 할인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병행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이는 제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능성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중국 의료미용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멀티브랜드 전략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중국 의료미용 전문기업인 UPS BIO와 히알루론산(HA) 필러 제품 공급 및 신규 브랜드 엘로얀 론칭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안착한 지젤리뉴 브랜드에 이어 엘로얀을 추가로 선보임으로써 현지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과 가격대에 대응하는 정교한 시장 침투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유통사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유통망 관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필수적인 생존 공식으로 통한다.

바이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민관 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서울특별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고려대학교가 운영하는 서울바이오허브는 글로벌 진단 대기업인 로슈진단과 손잡고 스타트업 스프린트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유망한 바이오 및 의료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연구 지원금과 입주권 등 실질적인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진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다음 달 17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며, 이는 국내 벤처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체험형 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또 다른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엘러간 에스테틱스는 강남과 홍대 등 서울 주요 거점에서 소비자 대상 팝업 카페를 운영하며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 전문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중에게 친숙한 체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소비자층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이러한 감성 마케팅은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약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미세한 혁신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유통 장악력이 필수적이다"라며 "제형 축소나 멀티브랜드 전략은 결국 환자와 소비자 중심의 사고가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된 결과물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넘어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 이면에는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해외 규제 리스크라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글로벌 유통망 확보와 신규 브랜드 론칭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초기 투자가 수반되지만,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보건 당국이 인허가 기준과 사후 관리 규정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여서, 철저한 법규 준수와 품질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위험성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K-제약·바이오 산업은 현재 내실 경영과 글로벌 확장의 변곡점에 서 있으며, 각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의 제형 혁신이나 HK이노엔과 시지바이오의 해외 진출 사례는 국내 기업들이 단순한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앞으로 이러한 개별 기업의 성과가 산업 전체의 생태계 강화와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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