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중도층 이탈 방지를 위해 접전지 방문을 자제하는 이른바 '로키(Low-key)' 전략을 구사하며 충청권 공략에 화력을 집중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기대어 안정론을 펴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해 보수 결집을 시도하는 대조적 행보를 보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치러지는 만큼 정권 안정과 심판이라는 프레임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전국 곳곳에서 혼전 양상을 띠다.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는 강성 이미지를 가진 대표들의 격전지 등판이 오히려 중도층의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전략적 거리두기를 단행하다. 특히 충청권은 여야 모두가 사활을 거는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며 선거 막판 지도부의 발길이 가장 빈번하게 이어진 지역으로 기록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 핵심 승부처인 대구와 부산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다. 정 위원장의 권역별 유세 동선을 분석하면 충청권(충남·충북·대전)이 11회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5회, 경기 4회, 전남 4회, 경북 2회, 경남 2회, 강원 2회, 인천 1회 순으로 나타나다. 텃밭인 전북조차 1회 방문에 그친 것은 격전지인 대구의 경우 김부겸 후보의 개인 경쟁력에 맡기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주요 격전지보다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 사수에 매진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다. 장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충남 5회, 대전 4회, 세종 1회 등 충청권에만 10차례 방문하며 중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다. 서울에서는 3회 유세 일정을 소화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는 단 한 번도 동행하지 않았으며,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출마한 부산 북갑 보궐선거 지역도 보수 분열 우려를 고려해 방문 대상에서 제외하다.
민주당은 정부 출범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전면에 내세워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국정 안정론을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삼다. 당 지지율보다 앞서는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를 지렛대 삼아 중도층 유권자들이 기호 1번에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줄투표'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다. 이는 정당의 정책적 비전보다는 현직 대통령의 브랜드 가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며 선거전을 사실상 대통령의 신뢰도 평가로 치환하다.
국민의힘은 12·3 사태와 탄핵 여파로 위축된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투입하는 고육지책을 내놓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과 충청 지역을 돌며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했으며, 이 전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 등 주요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서다. 보수 진영 내 뚜렷한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영향력을 빌려 정권 심판론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되다.
선거 기간 중 잇따른 대형 안전사고는 여야의 유세 방식을 차분한 모드로 전환하게 만든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다. 서울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청주 SK하이닉스 유독가스 누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여야는 로고송 송출과 율동 유세를 즉각 중단하다. 정청래 위원장과 장동혁 위원장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과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등 안전 이슈가 표심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다.
여야 간의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면서 정책 대결이 실종된 자리에 진흙탕 싸움이 들어앉으며 선거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측은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과 주진우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혐의로 고발했으며, 국민의힘 역시 정 후보의 폭행 전과 해명 등을 문제 삼아 맞고발로 대응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투표 투표지 노출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통령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다.
주요 격전지의 TV토론이 단 1회에 그치거나 심야 시간대에 배치되면서 유권자들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 등 전국적 관심 지역의 토론회가 사전투표 직전 밤늦게 방송됨에 따라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할 기회가 사실상 봉쇄되다. 정책 선거를 표방했던 여야의 공약은 상호 비방과 전직 대통령 마케팅에 가려져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청래·장동혁 대표 모두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어 스윙보터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원 유세를 해서 좋을 것이 없고, 중도층에도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다. 이는 여야 지도부가 승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지지세가 확실한 중원 공략에만 치중함으로써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정당의 균형 잡힌 책임 정치를 방기했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하다.
6·3 지방선거의 최종 결과는 중원인 충청권의 향방과 막판 안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 무당층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여야가 내세운 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양상이 실제 투표소에서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중도층의 피로감을 자극해 역효과를 낼지가 이번 선거의 성패를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이다. 유권자들은 정책이 실종된 선거판에서 각 정당이 제시한 국정 안정과 심판이라는 상반된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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