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참이슬 16도 벽 무너졌다... 주류 소비 역대 최악 감소세에 15.7도 승부수

윤근일 기자
참이슬 16도 벽 무너졌다... 주류 소비 역대 최악 감소세에 15.7도 승부수
©연합뉴스

 

하이트진로가 간판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0.3도 하향 조정하며 저도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국내 가구당 주류 실질 소비 지출이 10분기 연속 감소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제품 리뉴얼을 통해 위축된 시장 환경 돌파에 나선 것이다. 2년 4개월 만에 단행된 이번 주질 변경은 소비자 음용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브랜드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와 주류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여 자사 주력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번 도수 조정은 지난 2022년 2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주질 리뉴얼로, 최근 급격하게 확산하는 저도화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새롭게 생산되는 15.7도 참이슬 후레쉬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주류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내 술 소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는 거시적 시장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 지출은 1만 3,000원에 머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9.0%나 감소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이 재개된 2019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국내 주류 시장의 위축은 일시적인 경기 침체 영향이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류 실질 소비 지출은 2023년 4분기에 전년 대비 4.4%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술에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은 기존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보다 시장 변화에 발맞춘 기민한 변신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였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리뉴얼이 단순히 도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의 세밀한 취향을 반영한 고도화된 전략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주류 시장 음용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이번 주질 리뉴얼을 기획했다"며 "시장 전반에 확산하는 저도화 트렌드와 깨끗한 음용감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정밀하게 반영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독한 술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층과 건강을 중시하는 중장년층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주류 출고량의 급감 수치 역시 제조업체들에게는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무려 17%나 급감하며 시장 규모 자체가 눈에 띄게 축소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술을 마시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전통적인 고도주 중심의 시장 질서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알코올 도수의 인하는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증대라는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생산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는 매출 감소 국면에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제품 리뉴얼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자구책이자 자원 배분의 최적화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주 도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 제품 고유의 풍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도수가 낮아짐에 따라 소비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이 소비자의 건강 증진보다는 판매량 유지를 꾀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주류가 된 '헬시 플레저' 문화와 저도주 선호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주류 업계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알코올 제품군 확대와 해외 수출 시장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이슬 후레쉬의 이번 도수 조정이 경쟁 업체들의 연쇄적인 도수 인하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습관이 양적인 팽창에서 질적인 만족과 가벼운 음용으로 전환됨에 따라 주류 기업들의 상품 기획 역량은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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