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세계 식량가 하락 '착시'…설탕 급등, 식탁 물가 비상

고진아 기자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며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 보이지만, 정작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곡물과 설탕, 육류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며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6월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를 인용해 지난달(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30.8을 기록하며 전달 4월(131.0)보다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수치로, 지난 2월(125.5), 3월(128.7), 4월(131.0) 3개월 연속 상승한 뒤 5월 들어 내림세로 전환, 4개월 만에 하락했다.

그러나 지수 하락의 이면에는 품목별로 상반된 가격 흐름이 나타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서민 물가에 직결되는 곡물(114.3)은 2.6%, 육류(130.5)는 0.1% 각각 상승했다. 특히 설탕(95.1)은 무려 7.5%나 급등하며 식탁 물가 불안을 가중시켰다.

곡물 가격 상승은 밀, 옥수수, 쌀 등 주요 품목 전반에서 관측됐다. 밀은 주요 생산국의 수확 감소 전망과 연료 및 비료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옥수수는 수입 수요 확대와 빠듯한 공급 상황에 에너지 가격 강세까지 더해지며 가격이 올랐다. 쌀 또한 아시아 주요 수출국의 기상 우려와 유가 상승이 겹치며 오름세를 보였다.

세계 식량가 하락 '착시'…설탕 급등, 식탁 물가 비상
[사진=연합뉴스]

설탕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세계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브라질 주요 재배지에서 사탕수수를 설탕보다 에탄올 생산에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데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인도와 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 우려가 겹치며 국제 설탕 가격을 끌어올렸다. 육류는 쇠고기, 양고기, 가금육 가격이 상승했지만, 돼지고기 하락세가 이 상승분을 대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유지류(185.0)는 4.6%, 유제품(119.2)은 0.5% 하락하며 전반적인 식량가격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유지류 중에서는 세계 수입 수요 약화와 원유 시장 불확실성으로 팜유 가격이 하락했으며, 남미 지역의 대두유 수출 물량 증가도 가격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제품 가격은 버터와 치즈를 중심으로 주요 수출국의 경쟁 심화와 물량 확대로 내림세를 보였다.

국내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국내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여름철 기상 이변 가능성도 있다」며 농축산물 수급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국제 식량 시장의 복잡한 역학 관계와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전반적인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 식탁에 필수적인 주요 식자재 가격의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수급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국제 정세와 기상 변화에 따른 식탁 물가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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