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30.8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지류와 유제품 가격이 지수 하락을 견인했으나, 곡물과 설탕 가격은 공급 불안 우려로 인해 오히려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내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8%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지난 2월부터 이어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5월 들어 전월 대비 0.2% 하락한 130.8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기준 삼아 산출한 수치로, 지난 4월 131.0을 기록한 이후 소폭 조정을 받은 결과다. 지수는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하락하다 2월 125.5, 3월 128.7, 4월 131.0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바 있으나 이번 하락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품목별로는 유지류와 유제품의 하락이 전체 지수 하향 안정화를 주도하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일부 완화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185.0으로 전월보다 4.6% 급락하며 5개월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급격히 전환했다. 팜유는 세계 수입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가격이 떨어졌고, 대두유 역시 남미 지역의 수출 물량 증가가 가격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제품 지수 또한 119.2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5% 하락하여 완만한 안정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버터와 치즈 등 주요 유제품은 수출국 간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공급 물량이 확대되면서 국제 거래 가격이 소폭 하향 조정됐다. 이러한 하락세는 최근 고물가 기조 속에서 식품 제조 원가 부담을 일부 덜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반면 식탁 물가의 핵심인 곡물 가격지수는 114.3으로 전월 대비 2.6% 상승하며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밀 가격은 주요 수출국들의 수확량 감소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료비와 비료 가격 등 생산 비용 상승 압박이 더해지며 강세를 보였다. 쌀 가격지수도 아시아 수출국의 기상 악화 우려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2.7% 상승하며 수급 불안을 심화시켰다.
설탕 가격의 폭등세는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95.1로 전월 대비 7.5% 급등하며 품목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브라질 내 주요 재배지에서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에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과 엘니뇨 현상에 따른 인도·태국 등 주요국 생산량 감소 우려가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육류 가격지수는 130.5로 전월 대비 0.1% 소폭 상승하며 비교적 보합권 내에서 움직이는 흐름을 보였다. 쇠고기와 양고기, 가금육 가격이 소폭 올랐으나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세가 이를 상쇄하며 전체적인 지수 변동 폭을 제한했다. 축산물 시장은 품목별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엇갈리고 있으나 대규모 수급 차질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1%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정부의 수급 관리 대책과 대형 마트의 할인 행사 등이 맞물려 국제 식량 가격의 변동성이 국내로 전이되는 속도를 늦춘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곡물과 설탕 등 원재료 성격이 강한 품목의 국제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식량가격지수 하락이 0.2% 수준의 미미한 조정에 불과하며 기저에 깔린 공급망 불안은 여전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밀과 설탕 등 필수 식자재 가격이 4개월 연속 상승하거나 단기에 폭등하는 구조적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고통을 경감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의 자율적 조정 기능만으로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식량 안보 위협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여름철 기상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품목별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농축산물 수급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세계 식량 가격은 주요 생산국의 기상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엘니뇨 등 기후 변화가 동남아시아와 남미의 작황에 미치는 영향이 하반기 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에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며, 정부는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교한 물가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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