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모빌리티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현재의 3.2배 수준인 55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소프트웨어 신뢰성과 초대형 OLED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지난해 173억 달러(약 26조 4,000억 원)였던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올해 191억 달러(29조 2,000억 원)를 거쳐 2035년에는 551억 달러(84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12.2%의 고성장을 의미하며 10년 사이 시장의 전체 파이가 3배 이상 커지는 수치다. 국내 기업인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톱5' 기업 중 유일한 패널 전문 제조사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과거 단순한 계기판 역할을 넘어 자율주행 정보 안내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게임 등 방대한 콘텐츠를 구현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에게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고도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체 개발한 진단 및 제어 기능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인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의 레벨2(CL2)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업계 최초로 자동차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링 국제 표준인 ISO·SAE 21434를 획득하며 보안 관리 프로세스까지 완비한 상태다. 이는 자동차의 전 생애 주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음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51인치 초대형 '필러 투 필러'(P2P)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석부터 동승석까지 시야를 가득 채우는 스크린 대형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주목하며 하드웨어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OLED 시장은 전년 대비 66% 성장한 14억 2,666만 달러(2조 2,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30년까지 연평균 34%의 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서 리지드 OLED 기술을 통해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리지드 OLED 솔루션은 7형부터 17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 7종을 규격화하여 고객사의 비용 절감과 개발 기간 단축을 돕는다. 또한 올해 CES에서는 알파벳 L자 모양으로 구부러지는 18.1형 '플렉시블L' 센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CID)를 선보이며 혁신적인 폼팩터를 제시했다. 이러한 기술은 차량 인테리어의 심미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조 시스템 등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SDV 전환으로 차량 내 콘텐츠 소비가 늘면 디스플레이의 화질과 폼팩터가 차량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운전석과 센터페시아를 넘어 뒷좌석과 천장 등 차량 내 모든 공간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면 수요의 급증은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급격한 기술 고도화에 따른 막대한 연구개발비 지출과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은 기업들에게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자본 투입과 공급망 관리가 필수적이다. 시장의 외형적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내실 있는 수익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단순한 화면 공급을 넘어 자율주행 시대의 '인포테인먼트 허브'로서 그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내 양대 기업은 소프트웨어 인증과 대형 OLED 기술을 결합하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며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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