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을 풍미했던 하위문화 '갸루(Gyaru)'가 최근 국내 MZ세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배우 이민정의 갸루 메이크업 영상이 조회수 700만 회를 돌파하고 관련 화장품이 완판되는 등 단순한 복고를 넘어 하나의 산업 현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기성세대의 권위에 저항하던 과거의 저항 문화가 현대에 이르러 개성과 자신감을 표현하는 '부캐' 실현의 수단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갸루는 영어 단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으로 개성 강한 패션과 화려한 메이크업을 지향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용어다. 인조 속눈썹과 밝은 머리색으로 대표되는 이 스타일은 과거 기성세대의 권위에 저항하던 일본 청소년들의 하위문화에서 출발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숏폼 콘텐츠와 결합하며 자신감을 표현하는 문화의 일종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자극하는 Y2K 패션의 유행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갸루 스타일을 선보이며 유행의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배우 이민정이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갸루 메이크업 릴스는 누적 조회수 약 700만 회와 좋아요 19만 개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해당 영상에서 이민정은 대왕 꽃핀과 금발 가발, 분홍색 네일 장식 등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화장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신인 걸그룹과 모델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들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며 콘텐츠의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선보인 갸루 콘셉트 영상은 조회수 590만 회를 넘어서며 숏폼 시장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가수 미주 역시 갸루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으로 조회수 186만 회를 기록했다. 모델 한혜진과 걸그룹 하츠투하츠 등도 관련 콘텐츠를 잇달아 공개하며 갸루 문화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유통 및 뷰티 업계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화장품 브랜드 웨이크메이크가 출시한 '갸루 헬로키티 에디션'은 소셜미디어에서 6만 9,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뒤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즉시 매진됐다. 인공지능(AI) 사진 필터 앱에서도 교복 갸루나 스트릿 갸루, 오네 갸루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 젊은 층의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이는 갸루 문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실질적인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업계인 네일숍 현장에서도 갸루 스타일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전문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과거에는 단순히 화려한 디자인으로 불리던 것들이 이제는 '갸루 느낌'이라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주문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갸루네일' 관련 게시물이 2만 3,000여 개를 상회하며 호피 무늬나 알록달록한 장식을 활용한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만족과 취향을 우선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갸루 유행이 단순한 외적 모방을 넘어 자아를 확장하는 심리적 기제로 기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뷰티 크리에이터 안찌는 "갸루 스타일은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상징한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실현하는 즐거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직관적이고 강력한 비주얼 요소가 숏폼 플랫폼의 특성과 맞물려 전파 속도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나를 규정짓지 않고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부캐' 문화가 갸루라는 형식과 결합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하위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우려 섞인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1990년대 당시에는 일본 문화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과 과도한 화장이 주는 이질감으로 인해 주류 문화로 편입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현재의 유행 역시 일시적인 복고풍의 연장선일 뿐 지속 가능한 문화 현상으로 정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기계적인 중립성을 유지하는 관점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전용이 지닌 역사적 맥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흐름은 이전 세대보다 일본 문화를 우호적이고 유연하게 대하는 세대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MZ세대는 과거의 문화를 재발굴하여 공유하고 확산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당분간 이러한 '레트로 재해석'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별 소비자의 취향이 파편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갸루 문화는 당분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갸루는 단순한 일본풍 화장이 아니라 현대 청년층의 자아 표현 방식 중 하나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