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8,800선 돌파에도 하락 종목이 세 배... 반도체 독주가 만든 '착시의 코스피'

윤근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코스피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으나, 정작 개별 종목의 하락세는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2주간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상승 종목은 평균 210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596개에 달해 시장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금 쏠림 현상은 반도체가 단순 주도주를 넘어 시장의 공통 기초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종목이 하락하는 이례적인 지수 착시 현상에 직면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2주간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평균 210개에 불과했으나 하락 종목은 596개에 달하다. 이는 지수가 오를수록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온도는 오히려 차가워지는 역설적 상황을 증명하다.

시장 내부의 질적 지표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악화된 양상을 보이다. 이전 2주 동안의 상승 종목이 297개, 하락 종목이 485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의 시장은 상승 종목이 더욱 줄고 하락 종목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소수 대형주가 지수를 견인하는 동안 중소형주를 포함한 대다수 종목은 소외되는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점에도 이러한 종목 간 차별화는 극명하게 나타나다. 지난 1일과 2일 코스피는 8,700선에서 8,800선을 돌파하며 이틀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다. 그러나 전체 835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각각 155개와 252개에 그쳤으며 나머지 종목은 보합이거나 하락을 면치 못하다.

특정 대형주의 독주가 지수 산출 방식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는 13.72%, 삼성전자우는 14.32% 급등했으며 LG전자는 33.96%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 자체는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시장의 전반적인 활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다.

지수 상승폭과 상승 종목 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이미 무너진 상태로 평가받다. 지난달 27일 코스피가 2.55% 급등했을 당시 상승 종목 수는 72개에 불과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다. 반면 지수가 0.41% 상승에 그쳤던 지난달 22일에는 상승 종목이 713개에 달해 현재의 장세가 얼마나 기형적인 쏠림 현상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다.

지수가 하락할 때 오히려 상승 종목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까지 포착되다. 지난 4일 코스피가 1.84% 하락하며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종목은 400개로 하락 종목인 389개보다 많다. 이는 대형주 몇 종목의 하락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으나 대다수 종목은 오히려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투자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다. 주도주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는 시장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특정 업종의 부진 시 지수 전체가 급격히 붕괴할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다. 자본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장세는 결국 장기적인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쏠림 현상이 단순한 투자 심리의 변화를 넘어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의 쏠림은 단순한 투자심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도주를 넘어 상품시장의 공통 기초자산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하다. 그는 이어 "두 종목이 오를수록 코스피 내 비중이 높아지고 관련 상품 내 중요도가 커진다는 점에서 이 구조는 자기 강화적"이라고 덧붙이다.

비반도체 업종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가 타 업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주당순이익(EPS) 상향 전망과 대형주 유동성, 거래대금 등이 동시에 확인되어야 하다. 또한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유입 및 관련 상품화 가능성까지 뒷받침되어야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

결국 당분간은 검증된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으로의 자금 집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이라는 수치에 매몰되기보다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과 수급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시점이다. 시장의 질적 변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대형주 위주의 보수적인 대응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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