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정부의 감독권 확대를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공청회에서 찬반 양론의 극심한 대립을 불러일으켰다. 찬성 측은 농협의 낙후된 지배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내부 통제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졸속 입법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거대 조직인 농협의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과 조직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여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공청회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의 변화와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를 넘어 거대 협동조합의 권력 분립과 시장 효율성 확보라는 본질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농협의 현행 지배구조가 타 산업 부문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는 비판이 찬성 측으로부터 제기되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농협이 지난 수십 년간 다른 경제 부문의 통제 장치와 비교해 지배구조 발전이 뒤처진 곳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농협의 미래는 기득권의 유지가 아니라 농업인과 조합원을 위한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농협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너진 내부 통제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숨겨진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장은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조직에서의 자율성은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을 내부 통제 장치를 정상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규정하며 조직의 건강성 회복을 역설했다.
반면 입법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합성과 법적 안정성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임기응변식의 땜질 입법이 법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농협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제도의 결함인지 아니면 운영상 인적 오류인지를 명확히 규명하는 선제적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 중앙 조직의 기능 위축이 결국 일선 농업 현장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실무적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진산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국장은 법체계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난 개정이 발생시킬 사회적 비용과 혼란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농협의 역할이 위축될 경우 그 여파가 농촌 경제와 농업인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조직 쇄신을 목적으로 이번 입법을 추진해 왔다. 중앙회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정부의 감독 실효성을 높여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농·축협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한 현장의 반발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입법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감한 권력 구조 개편보다 조합원 실익 증진에 우선순위를 두었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농협과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안부터 접근했다면 법안의 효능감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배구조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우선적으로 다루면서 발생한 현장의 우려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농협 개혁은 단순한 법 조항의 수정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 금융과 유통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다. 지배구조의 현대화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이 과정에서 법치주의적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효율적인 지배구조와 법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입법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개정안의 세부 조항을 둘러싼 여야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농협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도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이 실제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농업계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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