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내년 9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위해 추진 중인 115억 원 규모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단 5회 공연에 투입되는 예산이 부산 지역 예술인 전체 지원금인 97억 원을 상회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세계적 수준의 문화 향유를 위한 불가피한 투자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이번 사안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시정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부산시는 북항재개발구역 내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인 개관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을 초청하여 오페라 ‘오텔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글로벌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시민들에게 하이엔드급 예술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관련 업무협약 동의안은 이미 지난달 29일 부산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행정적 절차를 마친 상태다.
공연 추진 과정에서 소요되는 115억 원의 예산 규모가 상세히 공개되자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부산시민 네트워크는 1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오페라단의 단발성 공연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부산 예술인 전체에게 지원되는 연간 예산이 97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산 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 측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공연이 종료된 이후 지역 예술계에 남는 실질적인 자산이 전무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 부산의 오페라 자생력은 다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단체는 "기초 체력도 없는 부산에 외국의 화려한 의상만 입힌다고 해서 부산이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며 박형준 시장에게 115억 원의 예산 집행 사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공연 추진에 찬성하는 시민 단체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를 부산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이번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부산여성 100인행동은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시민의 문화적 자부심과 향유권 보장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문화예술 예산이 꾸준히 증액되어 시정의 문화 중시 기조가 뚜렷해졌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부산시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 예산은 2020년 당시 47억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40억 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찬성 측 단체는 박 시장이 지역 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과 동시에 글로벌 하이엔드급 문화예술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현지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 참여하는 공연을 부산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후보 간의 정책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 4일 해당 사업을 박형준 시정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 중 하나로 지목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전 후보는 시장에 당선될 경우 해당 예산의 집행을 즉각 정지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형준 현 시장 측은 지역 문화 예술 지원 확대와 세계적 문화 유치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사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는 라 스칼라와 같은 최고 권위의 극장과의 협업이 장기적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행정 전문가들은 정책의 연속성과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 이미 의회를 통과한 사안을 정치적 논리에 의해 뒤집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예산의 투명한 공개와 지역 예술계와의 상생 방안 마련이 이번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지목된다. 반대 측 단체는 115억 원의 구체적인 예산 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박 시장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지지 측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중단 없는 투자가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국제 공연 유치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관련 인프라 활성화를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모든 예산 집행을 산술적인 형평성 잣대로만 평가할 경우 부산이 글로벌 문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기계적인 예산 배분보다는 장기적인 문화 산업 육성 로드맵 안에서 이번 공연의 위치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의 성사 여부는 지방선거 결과와 시민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법치와 시장 질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철저한 성과 분석과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부산시는 개관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여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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