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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서 간과한 '상무' 명칭 폐기 공약, 이종욱 후보 사과와 함께 전격 철회

음영태 기자
지역 정서 간과한 '상무' 명칭 폐기 공약, 이종욱 후보 사과와 함께 전격 철회
©연합뉴스

 

이종욱 진보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광주 지역 내 '상무(尙武)' 명칭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기존 공약을 발표 4일 만에 전격 철회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 후보는 명칭에 담긴 지역민의 생활사와 학교 공동체의 애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향후 역사적 의미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을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정치적 명분 중심의 역사 청산 시도가 실질적인 지역 사회의 정체성 및 질서와 충돌하며 빚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종욱 진보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광주 곳곳에 남아 있는 '상무' 명칭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며 지역 사회에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19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공약이 특정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정서를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특히 상무초등학교와 같이 해당 명칭을 소중한 공동체의 상징으로 여기는 당사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번 공약 철회는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정체성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약의 발단은 지난 15일 이 후보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군사독재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 후보는 '상무'라는 명칭이 1980년 5월 광주 시민을 탄압한 계엄군 지휘부대와 학살 작전명인 '상무충정작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 정신과 호남의 역사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광주 내 모든 상무 명칭을 새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적 제안은 해당 명칭을 일상적인 생활 공간의 이름으로 사용해 온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 후보는 입장문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이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과 군사독재 잔재 청산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명칭 폐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생활사와 공동체적 애착의 무게를 충분히 가늠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역사적 정의 구현이라는 대의명분이 실재하는 지역 공동체의 정서적 유대감을 압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이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사회적 합의가 결여될 경우 발생하는 전형적인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후보는 사과문에서 "상무초등학교 졸업생과 같이 그 이름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해당 학교 재학생과 동문회에 정식으로 사과드린다"고 직접적인 인용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상무 명칭 폐기 공약을 철회한다"고 명시하며 기존의 강경했던 입장에서 완전히 물러섰다. 앞으로는 역사적 의미를 바로 세우는 과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사회와 당사자들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겠다는 원칙도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군사 잔재 청산이라는 명분이 정당하더라도 그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특정 명칭이 지닌 부정적 유래와는 별개로, 이미 수십 년간 지역 사회의 행정적, 교육적 기틀로 자리 잡은 이름을 단번에 제거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역사적 정체성 확립은 필수적이나, 그것이 공동체의 일상적 안정을 해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법치와 시장 질서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행정 구역이나 학교 명칭의 급격한 변경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이번 공약 철회 사태는 향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명칭 변경 및 역사 정립 논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앞으로 역사적 의미를 바로 세우는 일은 지역사회와 당사자들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며 향후 행보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수용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지역 사회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역사 청산과 공동체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종욱 후보의 공약 철회는 지역 민심을 읽지 못한 성급한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군사 독재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은 단기적인 선거 공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긴 호흡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후보가 약속한 공론화 과정이 실제 지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향후 선거 국면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지역 공동체는 이제 상처 입은 역사를 치유하는 동시에 현재의 삶을 존중받는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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