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경북 안동에서 셔틀외교를 재개한 가운데, 양국 경제계 수장 230여 명이 일본 도쿄에 모여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번 제58회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첫 회의 이후 단 한 차례의 중단 없이 이어져 온 양국 협력의 상징으로, 미래 지향적인 ‘넥스트 스텝’을 향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도출한다.
한국 안동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도쿄 더오쿠라도쿄 호텔에서 제58회 한일경제인회의의 막을 올렸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회의는 오는 21일까지 사흘간 '한일이 나아가는, 넥스트 스텝(Next Step)'이라는 주제로 경제 안보 및 공급망 협력 등을 논의한다. 개회식에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양국 간의 경제적 결속력을 재확인했다.
한국 측에서는 구자열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필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재계 핵심 인사 13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최영배 주일한국대사관 경제공사와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최 윤 OK금융그룹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등이 동행하며 민간 외교의 보폭을 넓혔다. 권대열 카카오 지속가능경영 총괄리더와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미래 산업을 이끄는 경영진도 참석하여 협력의 범위를 확장했다.
일본 측 역시 고지 아키요시 일한경제협회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명예회장 등 일본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 1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측 경제인들을 맞이했다.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아소 유타카 아소시멘트 회장 등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자리를 지키며 양국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동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1969년 정례화된 이후 반세기 넘게 양국 경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과거 정치적 갈등이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개최되었다는 점은 이 회의가 지닌 독보적인 신뢰 자산을 증명한다. 시장 질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두 나라 경제인들에게 이 회의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선 전략적 협의체로 기능한다.
개회식 전날인 18일, 한국 측 경제인들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예방하여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고 경제계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58년간 이어진 경제인들의 소통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양국 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변치 않는 협력의 결실을 당부했다. 그는 양국 경제인들이 보여준 헌신이 한일 관계의 근간을 지탱하는 힘이라며 지속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구자열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민간 협력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양국 경제계의 역할을 역설했다. 구 회장은 "바로 오늘, 대한민국 안동에서는 한일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가, 이곳 도쿄에서는 경제인들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에 더 의미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는 정상 간의 우호 분위기가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차원의 협력이 정치적 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관세 장벽 해소나 기술 협력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민간 채널의 상시 가동이 양국 관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실리 중심의 접근이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한다.
회의 둘째 날인 20일에는 양국 경제 협력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본회의가 열리며 행사 마지막 날에는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도출될 합의안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일 양국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경제인들은 이번 도쿄 회의가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경제 혈맹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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